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화위)가 여론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25일 시작된 1차 전화조사에 4562명(30일 오후 9시현재)이 응답했다고 한다.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전화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지역주민들은 설문지 내용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이 조사결과는 찬·반 및 유보자의 비율대로 숙의에 착수할 시민참여단을 선정하는데 활용될 것이므로 신뢰 확보 차원에서도 지역주민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론화위는 1차 조사의 설문문항은 △지역·성별·연령 등 기본질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한 인지 여부 △5·6호기 건설에 대한 중단·재개·판단유보 의견 및 이유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지역주민들은 두가지 질문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가지는 지역·성별·연령을 묻는 기본질문에 지지정당에 대한 질문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향후 원전 비중의 축소·유지·확대를 택일하도록 하는 문항이다. 이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질문으로, 결과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역민들의 우려는 타당성이 있다. 첫째,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과 탈원전정책은 별개의 사안으로, 굳이 여론 왜곡의 우려가 있는 문항을 담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건설 백지화가 공약이었으나 공정률 등을 고려해 다시 한 번 국민 의견을 듣고 공론조사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자는 것”이라며 “공론조사 과정을 거쳐 어떤 결론이 나오든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탈원전정책과 관련해서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는 두 정책의 차별화를 분명히 한 발언이다. 따라서 공론화위가 탈원전정책에 대한 여론수렴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둘째,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을 반영해 시민참여단을 선정함으로써 숙의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주장이다. 공론회위 조사팀은 ‘배경 변수 차원에서 묻는 것’이라고 하지만 주민들의 주장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신고리5·6호기의 공사중단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므로 출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생각이다. 안그래도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갈 것에 대한 우려가 큰데 설문조사에서 정치성향을 묻는 것은 공론화위가 공연한 불씨를 키우는 것에 다름아니다. 공론화위가 내린 결론에 대한 신뢰 확보 차원에서도 오해의 싹은 애초부터 잘라야 할 것이다. 공론화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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