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체감 경기가 심상찮다. 지역 기업의 경기 부진이 갈수록 심화, 제조업 업황은 74개월째, 비제조업 업황은 71개월째 부정적인 전망이 짓누르고 있다. I997년 IMF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악화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불확실한 경제상황’ ‘내수·수출부진’ ‘인력난·인건비 상승’ 등의 악재가 지속된 탓이다. 북한의 도발,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 좋지 않은 대외여건도 한몫했다. 덩달아 먹거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실질 소득은 줄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를 경색국면으로 몰고 있다. 10일간의 사상 최장 연휴로 기록될 추석 경기까지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다. 명절 연휴때마다 도심 공동화 현상을 보여 온 울산지역으로서는 자칫 긴 연휴가 중소기업·자영업계의 급격한 매출감소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휴일 조업·영업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래 저래 고민만 쌓여가고 있다.

5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발표한 8월 울산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8로 전월(74)대비 16P 급락했다. 자동차 업종 및 금속제품 제조업 등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늘면서 2011년 6월(103) 이후 73개월 연속 기준치를 하회했다. 비제조업 업황BSI는 전월과 같은 52로 2011년 9월(102) 이후 71개월 연속 기준치 이하를 기록했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산업의 생산과 수출, 내수가 흔들리면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수준으로까지 추락한 것이다. 1997년 3~4분기 울산의 제조업업황지수 67~80, 비제조업 업황지수 53~55 보다도 더 지역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싸늘하게 식은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울산의 제조업 및 비제조업 업황지수는 78과 65였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적으로는 투자와 고용, 소비가 맞물리는 경제 선순환 구조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지역적으로는 주력산업이 여전히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주력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구조조정의 여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는 파업과 중국발 겹악재에 직면해 있다.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건설업도 맥을 못추기는 마찬가지고, 밥상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반면 소득 증가율은 2년 연속 0%대에 머무르고 있다. 금융위가가 몰아닥쳤던 2009년과 유럽 재정위기 직후인 2013년에도 가구 소득은 각각 1.2%, 1.6% 증가했다. 추석명절이 두려운 서민들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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