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동구는 방어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20년까지 600억원을 투입한다. 방어진항이용고도화를 통한 수산경제활성화, 도시재생을 통한 주민들의 생활여건 향상, 국제디자인거리 조성과 문화콘텐츠 연계사업을 통한 관광자원확보라는 세가지의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방어진 도시재생 사업을 두고 말들이 많다. 120억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사업의 초점이 방어진의 일제시대 모습 재현에 맞춰지자 일부 주민들은 일제수탈의 역사와 교훈이 배재된 채 볼거리만 강조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광자원화사업도 필요하지만 역사가 왜곡되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동구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다. 일산진 새뜰마을사업 통해 일제강점기 항일운동 주도하며 보성학교를 설립한 성세빈 선생의 전시공간 마련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보성학교는 1909년 성세빈 선생의 아버지와 동네 주민들의 출연금으로 설립한 학교로 1945년 폐교때까지 49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항일독립운동의 중심적 역할을 했다. 규모와 예산에서 역사적 교훈과 볼거리의 비중을 똑같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관광객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방점은 분명 일제 수탈의 역사와 교훈에 찍히도록 구성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그보다 더 중요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은 △일본이주어촌 재생이 과연 관광자원이 될 것인가 △근본적 도시재생의 목표인 주민들의 생활여건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방어진에 앞서 일제시대 일본인들의 집단거주지를 관광자원화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곳으로 군산시와 포항 구룡포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지역의 도시재생도 우리가 본보기로 삼을 만하지는 않지만 일본식 가옥의 규모는 방어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관광지로 떠오른 지도 이미 수년전이다. 그 뒤를 좇아가서 관광활성화라는 성과를 거두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주택지의 관광지화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의가 없으면 오히려 생활여건 향상이 아니라 주민 불편 가중과 갈등 야기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도 여러 도시에서 경험한 바 있다.

도시재생이 관광자원화를 목적으로 무조건적 보여주기가 되어서도, 일방적 과거회귀가 되어서도 안된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무엇보다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하고 그 결과가 관광자원이 된다면 다행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방어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는 건축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방어진항의 정체성을 구현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를 재생·재현하고자 한다”는 총괄코디의 전문성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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