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대한유화 온산공장의 굴뚝에서 또 다시 불기둥과 함께 시커먼 매연이 뿜어져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월 20여일간 NCC(나프타 크랙킹 센터·Naphtha Cracking Center) 공정의 증설에 따른 시운전 과정에서 화염과 함께 시커먼 매연을 배출, 900여건의 민원을 유발시킨지 두달만이다. 이날 불기둥은 약 50여분 뒤 잦아들었지만 시민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 낸 ‘하인리히의 법칙’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거나 수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사고는 플레어 스택(flare stack·가스를 태워 독성을 없애 대기에 내보내는 장치) 굴뚝에서 30여m 높이의 화염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치솟으면서 발생했다. 대한유화 측은 터빈 구동용 스팀배관의 압축기(컴프레서)를 멈추는 과정에서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는 사고 현장에 조사반을 보내 플레어 스택에서 나오는 화염의 매연 수치를 측정한 결과 기준치(2도 이하)를 2배 초과한 것으로 밝혀내고,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에 따른 조업정지 10일 명령과 함께 고발 조치했다. 시는 또 재발방지를 위해 플레어 스택의 증설 등 완벽한 시설을 갖추도록 요청하고 이후 다시 플레어 스택의 비정상 운영으로 인한 매연 및 소음이 허용기준을 초과할 경우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아쉬운 것이 있다. 원인 규명에 대한 부분이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한데 별 움직임이 없어 보인다. 사고때마다 되풀이 하는 의례적인 사법·행정처벌로 의무를 다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다. 시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울산시라도 나서 지난 6월의 사고와 연결, 구조적인 설비 결함 문제 등은 없는지를 따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시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오염물질의 유해성 여부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국내산 달걀과 닭고기, 일회용 생리대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나오면서 생활 속 화학물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배출 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분석,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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