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산재모병원 건립,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 마련 등 3대 지역현안에 대해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건의안 채택에 나섰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과 산재모병원 건립에 대한 건의안은 6일 산업건설위원회에서 가결됐고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 마련은 오는 8일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채택될 예정이다. 이들 3대 지역현안은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고스란히 바통을 이어받기가 쉽지 않으므로 여론형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대의기관인 시의회의 건의안 채택은 여론 전달의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3건 모두 대통령이 나서야 하고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특히 이번에 시의회가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것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책이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암각화 보존과 울산의 식수문제를 동시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의회가 무작정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기존 울산시의 생태제방안을 반복하는 등의 건의로는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서 정부는 물론이고 물을 제공할 타 지자체를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 비로소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이 ‘맑은 물을 확보하고 암각화를 보존하자는 시민모임’을 오는 9일 발족하고 청원 및 서명운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송 전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울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그 때문에 일부에서는 자칫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가 정치쟁점화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정당간의 당리당략에 의해 공연한 발목잡기로 비화될 우려가 분명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자면 정치쟁점화하지 않고는 어렵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울산시의회나 송 전 위원장이 동시에 반구대 암각화와 물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혹여 어느 정당이건 섣불리 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면 이젠 시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바람에 울산시민들이 식수를 낙동강물에 의존해야 하는 시점이다. 내년에는 여야가 모두 사활을 걸고 있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고, 울산은 여야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전략지역이다. 때문에 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 해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표를 얻기 위한 꼼수가 아니라 건강하고 투명하게 정치쟁점화해서 이번 선거과정을 통해 반드시 ‘대못’을 박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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