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울산 지역 거리가 친원전과 탈원전 구호로 뒤덮일 전망이다. 울주군 서생면 지역 주민들과 한국수력원자력 노조가 신고리원전 5·6호기의 계속건설을 촉구하는 집회를 9일 오후 1시부터 갖는다. 한편 오후 3시부터는 환경·시민단체와 진보정당들이 참여하는 전국탈핵대회가 울산에서 열린다. 집결장소는 태화강역과 문화예술회관으로 나눠지고 행진 동선도 구분돼 있으나 집회 시간이 겹치게 되므로 자칫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생계가 달린 지역주민들은 감정이 복받쳐 있는 상태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최측은 참가인원을 각각 1만명과 5000명으로 신고했다. 예상만큼 모일지는 알 수가 없으나 적잖은 인원이 원전건설을 두고 울산의 거리에서 찬반 여론몰이를 하는 셈이다. 현시점에서 원전 건설 가부는 곧 국가에너지정책의 전환을 말하는 것이다. 친원전이든, 탈원전이든, 거리의 집회가 국가에너지정책 결정의 방향타가 될 수는 없음에도 여론몰이가 계속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사실상 대통령은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이미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원전 설계수명을 고려해서 원전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그 결정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가 분명 남아 있다. 전력수급에 대한 과학적 진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는 일부 전문가의 말에 현혹돼 정치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앞장서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아직은 학자들간의 견해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토론을 거듭하다보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정답이 보일 것이다. 거리에서의 논란이 아니라 차분하게 과학적, 경제적 검증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말이다.

당장의 문제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다. 이 문제만큼은 생계가 막막해진 지역주민들의 입장이 무엇보다 존중돼야 한다.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가처분신청마저 각하됐으니 거리에서라도 호소를 할 수밖에 없는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2조6000억이라는 국가예산낭비의 문제도 중요하다. 문대통령도 이 두가지 이유를 들어 건설중단이라는 공약에서 한걸음 물러섰다고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다. 원전반대단체들이 대거 울산으로 몰려와서 집회를 통해 답을 강요하려 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우리는 울산이 원전찬반 논란의 도가니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안전을 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다만 먼 미래에 닥칠지도 모를 불안보다 당장에 먹고 사는 현실적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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