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단단히 작심한 듯하다. 우리나라 최대 설계·감리 업체인 A업체의 중복(이중)감리 행위를 적발, 입찰참가를 원천봉쇄하는 처분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A업체는 울산시가 발주한 가천중소기업단지 진입도로 개설 사업의 통합건설사업관리용역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경주시의 다른 사업장에 등록된 책임감리기술사를 중복배치했다가 적발됐다.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는 울산시는 즉시 국가계약법 위반 책임을 물어 계약을 해지한데 이어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에 나서고 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 공사에 입찰참여가 제한되기 때문에 최종 결과에 따라 업체로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 시공경험, 기술능력, 경영상태, 파견 책임감리기술사 등에서 사업수행능력평가를 인정받고 있는 이 업체측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지만 관련법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울산시의 처분이 과도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실 많은 업체들이 민간·공공부문의 사업에 참여해 각종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여러 가지 잘못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계약관련 법령 및 기준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업무상 과실을 범하거나 회사 내부에 사정이 생겨 당초의 계약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자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불법행위를 자행하기도 한다. 공공 발주처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법령에 따라 다양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공 조달시장에서 계약당사자들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행위를 방치하면 국가계약의 기본질서가 무너지고 예산낭비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하면서도 대표적인 것이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가 제한이나 영업정지 처분이다.

그렇지만 이같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방식을 놓고 실효성과 타당성에 대해 상당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은 각 중앙관서의 장이 부정당업자에 대해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제재를 받은 업체는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준정부기관이 시행하는 모든 입찰에 참가하는게 불가능해진다. 기업의 손발을 묶어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셈으로,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제재기간이 길어질수록 충격은 더 크다. 일각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등 다양한 제재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A업체에 대한 울산시의 강력대응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