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가장 큰 화산인 아궁 화산이 분화 조짐을 보이면서 현지 재난당국이 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위험’으로 격상했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는 현지시각으로 전날 오후 8시 30분을 기해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위험’으로 높였다고 23일 밝혔다.

PVMBG는 “분화구를 통해 희고 가느다란 연기가 아궁 화산 정상에서 50m 높이까지 솟아오르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궁 화산 지하에서는 하루 수백 차례씩 화산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PVMBG에 따르면 19일에는 447차례였던 화산지진은 20일 571차례, 21일 674차례, 22일 705차례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3일에도 오전 6시까지 88건의 화산지진이 관측된 것으로 확인됐다.

화산지진 중 일부는 일반 주민들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강해 주민들의 공포를 더욱 키우고 있다.

발리 현지매체인 트리뷴 발리는 비교적 강한 지진이 발생한 이날 낮 일부 지역에서 동물 수십마리가 산 아래로 달아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재난 당국은 분화구 반경 6.0∼7.5㎞였던 대피구역을 반경 9.0∼12.0㎞로 확대했다.

카스바니 PVMBG 소장은 “마그마는 지하 5㎞ 부근에 있지만 지표면으로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화산지진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용암 등이 흘러내릴 가능성이 큰 북북동, 남동, 남남서 방면은 분화구 반경 12㎞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궁 화산이 위치한 카랑아셈 지역 재난방지청(BPBD)의 와스키타 수타데와 대변인은 이날까지 공식적으로 1만1천300명의 주민이 대피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산 주변 위험지대 내에는 8만명 이상의 주민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실제 대피 규모는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여겨진다.

아궁 화산은 발리 섬의 중심도시인 덴파사르와는 약 45㎞, 응우라라이 국제공항과는 약 58㎞ 떨어져 있다.

높이 3천142m의 대형 화산인 아궁 화산의 마지막 분화는 1963년에 있었다. 당시에는 1천100명이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어 지진과 화산 분화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인도네시아에는 아궁 화산을 비롯, 130개 가까운 활화산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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