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부패 정풍운동 영향…“정치범 탄압 수단 변질” 지적도

▲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 전경.

시진핑 “국제법, 평등하고 통일되게 적용해야”…미국 겨냥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86차 인터폴 총회가 개막한 가운데 인터폴의 ‘적색수배(Red Notice)’ 명단에 오른 중국인이 200여 명에 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공안(경찰)은 해외 도피 사범의 검거와 외국인이 연루된 범죄 사건의 해결 등을 위해 3000여 건에 달하는 범죄 수사에서 인터폴과 협력하고 있다.

인터폴(Interpol)은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의 약칭으로 1914년 창립됐으며, 국제 범죄의 신속한 해결과 각국 경찰기관의 협력을 목적으로 한다.

인터폴은 적색수배 명단을 190개 회원국에 회람해 각국 경찰이 이들 범죄자를 검거해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요청한다.

일종의 국제 체포 영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폴의 적색수배 명단에 오른 중국인이 200여 명에 달하는 것은 중국이 전 세계에 진출하면서 국제 범죄에 연루된 중국인이나 범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하는 중국인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은 31개국에 64명의 경찰관을 파견해 4460여 건의 수사에서 지역 경찰과 공조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후 대대적인 반부패 사정을 벌이면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피한 고위 관료나 기업인 등을 반드시 검거하도록 지시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정부가 인터폴의 적색수배 명단을 정치범 검거에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폴은 지난 4월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을 적색수배 명단에 올렸다.

궈원구이가 정치범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는 “조국이 나를 해치려고 한다”면서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소피 리처드슨 중국 책임자는 “중국은 적색수배 시스템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고 한다”면서 “정치범 탄압으로 유명한 중국 공안부 부부장이 인터폴 총재에 임명됨으로써 인터폴의 신뢰성이 위태롭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국제법의 평등하고 통일된 적용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법치는 인류정치문명의 중요한 성과이며 현대사회를 다스리는데 기본적인 수단이라면서 국가와 국가간에 법집행에서 협력과 함께 각자의 법률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제법의 평등하고 통일된 적용이 필요하다면서 이중적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되며 자기에게 맞다고 이용하고 맞지 않으면 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은 유엔헌장과 인터폴 규약을 견고히 보호해 국경을 넘어가는 범죄에 대한 척결 공약과 반부패 공약을 엄격히 이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중국의 일관된 요구에도 궈원구이를 송환하지 않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85회 인터폴 총회에서는 멍훙웨이(孟宏偉) 중국 공안부 부부장이 인터폴 총재로 선임됐다.

총재 임기는 4년으로, 인터폴 총회의 의사 결정을 이행하는 집행위원회를 주재한다.

중국은 1984년 인터폴에 가입한 이래 총재 자리를 노려왔으며, 멍훙웨이 부부장이 총재에 선출됨에 따라 올해 제86차 인터폴 총회를 개최하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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