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153호)인 언양읍성 성벽이 붉은색 스프레이에 의한 낙서로 얼룩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달 28일 40대 남성이 언양읍성 영화루를 중심으로 성곽 아랫부분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욕설 등의 낙서를 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의 정신감정 결과 이상 소견이 발견된 남성은 인근 초·중·고등학교 벽면과 주차 차량 70여 대에도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정신이상자의 돌발적 행동이라 해도 문화재관리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

언양읍성의 경우 도심 속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이 쉬운만큼 훼손가능성도 높다. 언양읍성 복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체계적 관리 대책도 마련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울주군은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사건 발생 뒤 뒤늦게 재발 방지대책 논의에 나섰다. 안타까운 문화재 훼손 사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민이 상시적으로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문화유산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모두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가지정문화재나 지방문화재로 지정, 보호한다. 그럼에도 문화재 훼손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울산에서만 해도 지난 2011년 국보 147호인 천전리 각석에 서울의 한 고등학생이 낙서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촉발시킨 바 있다. 인근 경주에서는 지난 8월 술에 취한 대학생 3명이 국보 제31호인 첨성대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도 성벽에 낙서가 새겨지고 주변이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국보급 문화재들이 이렇게 수난을 당하는지 의문이 든다. 문화재에 대한 국민인식의 개선을 모색하고 허술한 문화재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사건들이다.

우리는 지난 2008년 대한민국의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을 화재로 완전히 잃을 뻔한 적이 있다. 지금은 복원됐지만 불길에 타들어가는 숭례문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마음마저 타들어가는 안타까운 순간을 경험했다. 역사가 물려준 소중한 유산을 더 잘 지킬 방법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고민을 요구받았다. 한번 다친 문화재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혹시라도 보존해야 될 문화재가 지자체나 문화재청의 행정편의주의에 함몰돼 보호자 없는 미아신세로 전락된 경우는 없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시민 스스로도 모든 문화재에 대한 주인의식을 마음에 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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