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이 본격화한다. 울산시는 미술관에 자리를 내주게 된 중부도서관의 철거작업과 함께 문화재 시굴조사를 이달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건립장소 결정을 두고 오랜기간 논란을 벌인 탓에 엄청나게 먼길을 돌아온 듯하지만 착공이 머잖았다. 울산시는 도서관 건립 때 이미 문화재조사가 한차례 이뤄졌으므로 문화재 출토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지선정을 두고 또다시 논란이 반복되는 일은 없어야겠기에 여간 걱정이 아니다.

논란이 많았던 만큼 시립미술관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기대는 크다. 현재 이용률이 높은 중부도서관 이전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한 것도 시립미술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도서관 이전 결정은 여전히 아쉽다. 도서관을 그대로 두고 미술관을 신축, 연계하는 방안이 모색됐더라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건립을 위해 지원되는 국비 사용시한으로 인해 밀도있는 검토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다. 대신 미술관 바로 위쪽에 새로 건립하기로 한 중부도서관은 미술관과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도록, 현재 진행중인 실시설계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이처럼 미술관과 도서관의 연계성을 중시하는 이유는 바로 미술을 위한 미술관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전시실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고는 건물 안으로 한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는 미술관이라면 그토록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원도심의 중심가에 미술관을 두자고 고집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미술관의 세계적인 추세도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일본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이나 프랑스의 퐁피두미술관 등 근래에 지어진 외국의 이름난 미술관은 대부분 레스토랑, 도서관, 공연장, 학습관, 야외공간 등 접근성이 뛰어난 시설과 공간을 전시실 못지 않게 많이 확보하고 있다. 미술을 위한 전시공간이기 이전에 주민들이 부담없이 모여드는 지역의 광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지금 단계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외벽 또는 실내의 통로나 벽면, 공간을 특정 작가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영구전시(Permanent Exhibits) 작품은 건축과 작품설치가 함께 이뤄져야 하므로 설계단계에서 논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울산시립미술관의 지향점이 현대미술관이라면 더더욱 이같은 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공원같은 열린 미술관’을 첫번째 콘셉트로 삼고 있는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에는 9개의 작품이 영구전시 작품이 있고 그 중 건축과 미술을 넘나드는 아르헨티나의 작가 레안드로 엘리히(Leandro ERLICH)의 ‘The Swimming Pool’ 등은 직접 건축물에 적용됐다. 이들 작품들이 21세기미술관의 지명도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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