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란 울산중구생활문화센터(종갓집예술창작소) 센터장

종갓집의 상징물중 하나인 시계탑 위로 옛 울산역이 위치했던 성남동의 위상을 되새길 수 있는 증기기관차가 매일 스물네번 정시에 힘차게 달리고 있다. 마치 과거와 현재의 다른 행성간을 운행하는 은하철도 999처럼 성남동과 중앙동일대의 좁은 골목과 양옥주택들이 가득했던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원도심 일대의 과거를 더듬어 보면 은하철도999의 출발점이자 부유의 상징이었던 인류의 메가로폴리스와 같이 울산철도의 출발점이자 부유의 상징이었던 원도심에 위치한 주리원백화점, 극장, 병원, 시장 등은 문화의 갈증해소공간과 더불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았다. 소소한 사연과 흔적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고복수길, 똑딱길, 그리고 울산큰애기길은 성남동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고 이런 골목들을 차례차례 탐방하며 가벼운 산책의 즐거움에 눈과 귀가 행복해지는 소중한 길이 되었다.

스토리 골목형성과 함께 시대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문화갈증 해소 공간으로써 역할을 하는 공간들이 원도심 일대에 생겨났다. 기존의 오래된 공간 등이 재해석되어 시간을 잡은 듯한 인더스트리얼풍이 유행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낡은 인테리어, 어렵게 구한 유물 같은 고가구, 물 건너온 엔틱 소품 등으로 재해석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점포, 역사와 함께 걸어온 원조음식점 등은 중구 원도심을 찾는 지역인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운 발걸음이 되고 있다.

이렇게 소소한 중구의 감성자극공간들은 전국민의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등 소셜미디어 문화의 특정 핵심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인 ‘해시테그(#)’에 적합한 곳들이다. 중구만의 해시테그용 콘텐츠를 한가지 예를 꼽자면 바로 ‘#병영막창’이다. 2000년대 초반 어느 막창 집에서 손님에게 칼국수를 무료로 제공하던 마케팅이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사람들이 병영하면 막창이 떠오르게 되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과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는 해시테그용(#)으로 최적화된 치맥축제, 고복수거리, 버스킹거리, 갤러리, 골목카페, 야시장, 꼬마분수 등의 무수한 콘텐츠들로 중구가 가득 매워지고 있다.

지역 성장 동력의 소재로서 일종의 콘텐츠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야기, 거리, 공간 등의 콘텐츠는 문화적 소재가 구체적으로 가공돼 매체에 체화한 무형의 결과물인데 문화의 소재란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 가공은 기획자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 제시되는 스토리텔링의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중구의 대표적인 스토리텔링을 말하자면 문화의 거리를 찾는 이들에게는 노래 가사가 현실이 돼 ‘상냥하고 복스러운 울산 큰애기 하우스‘가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역의 다양한 문화컨텐츠들을 더 많이 즐기고 향유하기 위한 방법은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소통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소통 욕구는 다양한 방법들로 발전돼 왔고, 그중 정확하고 월등히 빠르게 전파되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스마트 미디어상으로 일상과 문화를 공유하며 살고 있는 우리는 지역의 낭만적 일상, 삶의 질 향상, 문화 활성화를 위한 도구로 해시테그가 필요하다.

김란 울산중구생활문화센터(종갓집예술창작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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