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조형물 난립으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간절곶에 대한 정비가 이뤄진다는 소식이다. 9개의 조형물을 이설하고 포르투갈 호카곶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1개 새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공원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조형물의 정비는 울산시민들의 오랜 염원이지만 호카곶 상징 조형물 설치는 관광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지 적잖이 걱정이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은 우리나라 육지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에 울산읍지는 ‘간절욱조조반도’(艮絶旭肇早半島)라 했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는 말이다. 새천년이 온다고 세상이 떠들썩했던 2000년 새해를 앞두고 이 ‘무형의 자산’이 널리 알려졌으나 17년이 지난 지금도 울산은 그 자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003년에는 간절곶을 공식적으로 공원으로 지정하고 그 뒤 해맞이공원이라는 콘셉트도 정했으나 그에 걸맞는 공원으로 조성되지는 못했다. 매년 1월1일 아침 해돋이 행사를 여는 것이 고작이다.

오히려 간절곶의 유명세를 핑계삼아 이 곳의 특성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조형물들만 대책없이 갖다 세웠다. 어떠한 공개된 논의도 없이 역대 울주군수와 지역내 특정 단체들의 요구에 의해 하나씩 늘어났다. 그 결과가 이번에 정비대상이 9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간절곶 표석, 소망우체통, 거북과 용으로 장식된 새천년 돌비석, 풍차, 박제상 부인과 두딸의 모녀상, 어부상, 반구대암각화 기념비, 시계탑, 울산큰애기노래비 등이다.

울주군은 이들 조형물 중에 소망우체통과 간절곶 표석은 광장 전면으로 옮기고 모녀상 등은 등대 뒤편 잔디광장으로 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단 약간의 정리는 될 듯하다. 하지만 간절곶의 특성과 무관할 뿐 아니라 예술성도 없는 조형물들이 위치만 달리해 남아 있어야 하는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이설 장소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한 것인지 궁금하다.

조형물들이 옮겨간 자리에 유라시아대륙에서 마지막으로 해가 진다는 호카곶의 상징물이 들어선다. 돌탑 위에 십자가가 부착된 형태라는데 스토리텔링 없이 광장 정면에 세웠다가 자칫 관광객들로부터 종교적 상징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울주군은 지난 6월 포르투갈 신트라시청을 방문, 우호교류를 약속하면서 서로 상징물을 교차설치하는데 합의했다. 가장 빨리 해가 뜨는 간절곶의 상징물과 해가 가장 늦게 지는 호카곶의 상징물을 한 곳에서 만난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두 곳의 상징물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적 해석과 스토리텔링이 전제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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