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환 사회부기자

국보 제285호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의 핵심은 결국 이에 대한 문화재청의 태도에 있다. 최근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들은 울산시와 정부와 협의 중이었음에도 일방적으로 수문설치 권고결정을 내렸다. 권고안엔 울산 식수문제에 대한 대안은커녕 정부의 노력을 요구하는 대목은 한 줄도 없다. 한마디로 울산시민은 없었다. 10년간 문화재청이 정부, 울산시와 한 노력이 이번 결정으로 모두 수포가 됐다. 어차피 10년전 방안을 낼 것이었다면 왜 지난 수년간 소신없이 정치논리로 움직였나? 지난 정부땐 국무조정실 중재로 안될 게 자명했던 ‘카이네틱댐’을, 그 전 정부에선 암각화 보존에 집중하는 생태제방안을 막고자 경관을 중시하는 용역에 몰두했다. 어차피 결론이 정해져 있었다면 지난해 생태제방안 용역은 왜 수용해 혈세를 낭비했나?

카이네틱댐까지 최소 30여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 문화재청이 시류에 편승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카이네틱댐은 수리 전문가들이 수차례 안된다고 했음에도 담당서기관은 문화재위에 올려 판단해야 한다며 시간과 예산을 허비했다. 카이네틱댐 설치결정 이후인 2014년 7월부터 2년간 문화재청 차장이었던 현 김종진 문화재청장과 당시 담당공무원들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반구대암각화는 세계유산등재가 목표다. 등재에는 지역주민 노력이 크게 반영된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문화재 보존에 사람이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암각화도 건지고 물문제도 해결하려면 천문학적 예산이 수반된다. 과연 그만큼 예산을 들일만큼 암각화가 중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도 필수다. 그래서 문화재 전문가인 문화재청의 역할이 더 요구된다. 울산은 왜 물이 부족한 지 수많은 설득과정을 거쳤다. 왜 시민들이 청정수인 사연댐 물을 양보하고 사고위험이 높은 낙동강 하류수를 먹어야 하나. 정부는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울산의 의견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인 것같다. 이번 일로 새 정부의 조정역할도 심판대에 올랐다. 그 중재에 소관기관인 문화재청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문화재청이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는 긴 여정의 동반자가 돼주길 울산시민들은 고대한다.

최창환 사회부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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