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 추진을 약속했다. 26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다. “제2 국무회의를 제도화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한편,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밝혔던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공화국 추진’을 구체화한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시대적 소명이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돼 있다. 대통령도 분명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 보다 조직적이고 강력한 지방의 요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중앙정부의 대폭적 권력이양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다 미묘한 신경전이 예견되는 지방단위와 국회의원 수 조정 등을 선결과제로 내세우는 정치권의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4대협의체의 ‘자치분권 여수선언’이 범국민적 요구의 시작이 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치분권 여수선언에서 밝힌 대로 “명실상부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국가를 실현”해서 “주민이 국가와 지역의 주인이 되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국가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지방분권 개헌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방4대협의체에 맡겨두어서 될 일은 아니다. 그 구성원들 대부분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가 나서 구체적이고 폭넓은 요구를 이어가야 한다.

지방자치를 실시한지 22년이 지났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방과 수도권의 발전편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대통령의 말대로 “수도권 1등국민, 지방 2등 국민으로” 이분화가 선명하다. ‘무늬만’ 지방자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행정지침과 예산배정은 지방의 특수성과 실정에 맞는 행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로 인한 행정과 예산의 낭비도 심각한 실정이다.

문대통령은 개헌에 앞서 지방분권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현행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실현가능한 지방자치 확대의 우선 실행이 그것이다. 이날 약속한대로 국가기능의 대폭적 지방이양을 시작하라는 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의 개선이다. 8대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지방세 비중을 7대3, 6대4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재정분권이 이뤄지면 복지분권도 가능해진다.

지자체들도 서둘러 지방분권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준비 없이 분권시대를 맞았다가 실패한 지방정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정체제 미비, 행정요원의 자질 부족, 조직의 부패 등 실패요인은 얼마든지 많다. 지방분권의 열매는 준비된 지방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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