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근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27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박 후보는 49.0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과반수에 0.97%가 모자란 득표다. 결선투표에서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후보는 강성노선인 분과동지연대회의 소속이다. 현 백형록 노조위원장이 소속돼 있는 현장조직이다. 31일 열리는 결선투표 상대는 황재윤 후보다. 1차 득표율은 26.33%에 그쳤다. 황후보는 중도노선인 민주현장연대 소속이다.

1차 투표에서 맞붙은 4명은 공교롭게도 강성과 중도가 2대 2로 나눠졌다. 강성 성향의 우리함께변화와혁신 소속의 오영성 후보의 득표수는 14.53%, 중도성향의 현장연합동지회 소속의 김해용 후보는 9.1%였다. 1차 투표에서 강성노선의 득표율을 합치면 63.56%이고 중도노선의 득표를 합치면 35.43%다. 결선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강성노조가 출범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아직 경영위기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다. 위기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노조의 협조가 절실하다. 회사측은 노조위원장이 교체되는 시점에 노사협상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경영위기 극복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강성 노조의 출범이 부담이 되는 시점이다. 19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이어가던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정병모 위원장의 당선으로 강성노조로 돌아섰다. 이번에 박후보가 당선되면 강성노조 3대째를 맞는다. 지난 4년동안 정병모 위원장과 백형록 위원장은 각각 12차례, 62차례 파업을 벌였고 회사 분할 반대, 산별노조 전환, 단식·점거 농성 등으로 회사와 격한 대립을 벌여왔다. 또다시 강성노조가 들어서 전임 집행부의 정책기조를 답습하면서 선명성 부각을 위해 더 강력 투쟁을 시도한다면 노사관계 회복도, 경영위기 극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들이 강성노조를 선택하는 심정도 일견 이해가 된다. 회사의 사정이 어려운 만큼 고용과 임단협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므로 강력하게 투쟁해줄 노조를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지난해의 임단협을 아직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듯 강력투쟁이 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회사의 사정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만한 여력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강성이든 온건이든 상관없이 태생에 집착한 과거지향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노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회사와 조합원 모두에게 유리한 조건을 찾아내는 유연성과 합리성을 가진 노조 말이다. 조합원들의 현명한 선택, 더 나아가 새노조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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