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2020년까지 국내 최대 석유화학공장인 SK울산콤플렉스(CLX)에 약 1조원을 투자해 하루 생산량 4만 배럴 규모의 VRDS(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감압 잔사유 탈황설비)를 신설한다. 아스팔트, 고유황 연료유로 쓰이는 저가의 감압 잔사유(VR)를 원료로 수소첨가 탈황반응을 일으켜 고부가 제품인 경질유 및 저유황유를 생산하는 친환경 탈황설비다. 지난 2008년 SK울산CLX에 2조원을 들여 제2고도화설비를 한 이후 9년만의 대규모 설비투자다. 혹독한 경기침체기를 겪고 있는 울산지역에서 이뤄지는 모처럼의 대규모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SK의 투자 결정은 지난해 말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IMO는 2020년 1월부로 전세계 선박 연료유 황 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환경 규제로 수요 및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 감압 잔사유를 탈황설비를 통해 저유황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게 되면 글로벌 시장 환경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수익구조 다각화도 꾀할 수 있다. 연계 공정인 윤활기유 공정 원료의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져 수익성 개선을 노릴 수 있는데다 저가 원유 도입이 가능해져 원유 다변화 정책을 비롯한 SK이노베이션의 차별적 경쟁력인 옵티마이제이션(운영최적화)의 가속화도 기대된다. 2014년 시작된 저유가로 수익성이 낮아지자 설비 투자를 줄인 해외 업체들과 달리 선제적으로 고도화 설비 투자를 해온 국내 정유업체들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SK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가 지역경기 활성화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을지다. 울산지역 건설·석유화학 플랜트업계는 수년전부터 일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존을 위해 몸집을 줄여야 할 정도다. 업계는 올해초 투자계획발표 때부터 기대감을 부풀려 왔다.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지는 SK측의 행보에 달렸다. 대기업 위주의 시공업체가 기술경쟁력만을 따져 하도급 수주영역을 전국단위로 확대한다면 지역업체로서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착공을 위한 발주과정에서부터 지역 업체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 참여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오랜 세월 지역과 함께하며 상생경영을 누구보다 충실히 이행해 온 SK이노베이션 울산CLX다. 지역경제에 크게 도움을 주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 이번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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