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건립을 전제로 지난 정부에서 추진 중이던 산업박물관은 지난 8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수치가 0.16으로 낮게 나왔다는 정부 발표 이후 예산 반영은커녕 어떠한 언급도 없다. 울산시도 예비타당성 조사방법에 대해 항의만 할 뿐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도시에서 수익 발생이 어려운 국립 문화시설을 건립하려는 경우 경제성에 기반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된 산업박물관은 애초의 사업비 1조2000억원에서 3864억원으로 규모를 줄였지만 조건부가치측정법(CVM)으로 조사한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새로운 전략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특별법 제정이 유일한 방법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5년 광주에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특별법에 근거해 건립됐다. 2002년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06년 9월27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으로 단초를 뀄다. 규모는 부지 면적 13만5000㎡, 연면적 16만1237㎡로 국립중앙박물관보다 크다. 건립예산도 7000억원 가량 들었다. 만약 아시아문화전당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쳤더라면 건립될 수 있었을까. 산업박물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했던 것처럼 ‘광주에 아시아문화전당을 짓는데 당신은 세금을 얼마나 낼 수 있으냐’고 전 국민에게 물었다면 경제성 수치가 1을 넘어섰을까.
한국의 비약적인 근대화는 세계적 관심사다. 그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산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만시지탄일 뿐이다. 건립장소가 울산인 것 또한 당연하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센터로 지정돼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었던 산실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방분권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삼겠다고 했다. 지방분권의 중요한 목적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다. 노 전 대통령이 아시아문화전당을 광주에 설립했던 것처럼 산업박물관을 서울이 아닌 울산에 건립하는 것이야말로 지방분권의 실천이 아니겠는가.
이의원은 “기존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제 19조에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울산시에 설립 운영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고 말한다. 산업부가 이를 위한 용역비를 반영하도록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