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물 부족에 이어 농업·공업용수까지 말라버릴 지경에 이른 울산의 물 사정이 참으로 딱하다. 자체 식수원이 부족한데다 그마저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울산권 맑은 물 공급대책을 전제로 울산시가 국보급 문화재인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요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를 2014년부터 만수위보다 12m 낮은 48m로 낮춰 유지해 온 결과 가뭄에 대비할 수가 없었고, 지금은 취수 불가 상태에 놓여 있다. 궁여지책으로 ‘녹조라떼’로 불린지 오래된 낙동강물을 하루 40만t씩 구입, 생활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부산시의 낙동강하굿둑 개방으로 이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인구 120만 도시의 식수공급을 오롯이 하늘에 맡겨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올해의 극심한 가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행정안전부가 9일 발표한 ‘11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최근 6개월(5~10월) 강수량은 평년(1037.3㎜)의 77%(799.0㎜) 수준으로 전국적인 기상가뭄은 없지만 강수량의 지역편차로 남부 일부지방의 기상가뭄이 지속, 부산 기장군·울산 울주군·경북 경주시·경남 밀양시, 양산시 등 5개 시·군이 가뭄 심함단계이고, 대구·울산·전남·경북·경남·제주지역 등 17개 시·군이 주의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울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의 가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11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남부지방의 가뭄 해갈에는 다소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내년 1월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돼 남부지방 중심으로 내년도 용수공급을 위한 용수확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울산의 경우 울주군이 농업용수 가뭄 주의단계가 내년 1월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에는 올해 10월까지 총 658.7㎜의 비가 내렸다. 같은 기간 평년 강수량(1213㎜)의 54.3%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지역 내 주요 저수지 87곳의 저수율도 9일 현재 49%대로 평년(80%대)의 6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수원도 마찬가지다. 울산의 주 식수원인 회야댐의 경우 저수율이 46.4%로 지난해 같은 기간 80.1%에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연댐은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위조절을 하면서 저수율이 7%에 불과하다. 메말라가는 식수원만큼 울산시민들의 애간장도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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