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도시 뉴욕·북경도 유명세 빼면
입지·인프라등 울산보다 나은게 없어
생태도시 울산의 성장은 현재진행형

▲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얼마전 도시정비사업 연수에 참여, 뉴욕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세계의 경제수도로 일컬어지는 곳이기에 기대가 컸다. 실제로 뉴욕항 초입에 우뚝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은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그 풍모가 자못 당당하고, 그 뒤로 우람하게 솟아있는 맨허튼의 마천루 또한 장관이었다. 뉴욕이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들어서는 관문임을 보여주는 상징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감탄은 거기까지. 시간을 두고 찬찬히 시내를 둘러보노라니 실망스러운 면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우선 뉴욕은 입지 자체가 그다지 좋지 않다. 허드슨강 하구에 터를 잡고 있는데, 5개 구(Borough) 중 브롱크스를 제외한 4개 구는 아예 섬이어서 여러모로 제약이 많다. 각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로라고는 몇 개의 교량과 하저터널, 그리고 페리노선이 고작이어서 뉴욕 대도시권 인구 1500만의 이동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내 간선도로도 대부분 왕복 4차선 정도에 불과한데다가 교차로가 너무 많아 수시로 교통흐름이 끊기게 되어 있다. 그러니 도시는 늘 정체에 시달린다.

이격공간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빌딩숲도 사람을 숨막히게 한다. 게다가 시내는 온통 공사판이다. 각종 도시기반시설이 노후해 정비·보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유명한 센트럴파크도 막상 시민의 휴식공간으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운타운과는 꽤 떨어져 있어 접근이 쉽지 않은데다가 덩그러니 크기만 하지 아늑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다. 맨허튼 북쪽의 할렘가는 대낮에도 함부로 발을 들여놓기 어려운 으스스한 곳이다. 한마디로 뉴욕은 그다지 살만한 도시가 아니다.

북경으로 눈을 돌려본다. 언필칭 G-2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한껏 위세를 부리고 있는 중국의 수도지만 여기도 입지조건이 썩 좋지 않다. 가까운 곳에 산도 없고 큰 강도 끼고 있지 않다. 배산임수의 명당과는 거리가 멀다. 황사 발원지인 내몽고와 가까운데다가 스모그가 심해 늘 탁한 공기에 시달린다. 도시 공간구조는 어떤가. 최대 100만명을 수용한다는 천안문광장은 멋없이 넓기만 하지 시민들이 휴식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결코 아니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인민대회당이나 국가박물관, 모주석 기념관 건물도 운치라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안겨줄 뿐이다. 현대식 빌딩과 고급 아파트의 바로 뒤편에는 음습한 빈민가가 들어서 있다. 교통사정도 말이 아니다. 순환도로를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지만 교통난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거리마다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가 무질서하게 뒤엉켜 다닌다. 어느 도시든 명암이 있기 마련이지만 북경은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 역시 살고싶은 곳은 아니다.

우리의 삶터인 울산은 어떤가. 유명세로 치면 이들 두 도시에 미치지 못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꿀릴게 없다. 우선 수려한 산과 강을 끼고 있고, 바다를 면해 있는데다가 너른 들도 아우르고 있다. 가히 천하 길지라 할 만 하다. 산업지대와 주거·상업지역이 적절하게 안배돼 있고 도농 통합형 도시 기능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시 인프라와 복지시설은 120만 인구가 살아가기에 그다지 부족함이 없다. 도심의 고층건물도 결코 위압적이거나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울산대공원과 태화강공원은 시민에게 활짝 열려있는 휴식공간이요, 대왕암과 간절곶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경승지이다. 무엇보다도 공해도시의 오명을 벗고 환경생태도시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울산만한 곳이 어디 있는가. 울산 시민은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 이 좋은 곳을 더 멋지게 가꾸고 살고싶은 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울산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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