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재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빼빼로데이’가 있는 이번 달은 제과업계에겐 대목이지만 농업인들은 한구석에서 씁쓸한 소외감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11월11일이 ‘빼빼로데이’이기에 앞서 ‘농업인의 날’임을 아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날은 농촌의 소중함을 국민에게 알리고 농업인의 긍지를 고취하자는 취지에서 1996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한 ‘농업인의 날’이었다.

11월11일을 한자로 쓰면 十一월十一일이 된다. 여기서 十와 一를 합하면 土(흙토)가 되어 흙이 두번 겹치는 土월土일이 된다. ‘농민은 흙을 벗 삼아 흙과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농업 철학이 담겨있다. 이런 의미있는 농업인의 날에 빼빼로데이만 챙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상업적 마케팅에 의미가 사라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잘못된 데이 마케팅을 반성하고 우리 농축산물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토종데이’로 의미있게 변신하는 긍정적인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농업의 날에는 11이라는 숫자가 가래떡과 비슷해서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주고받고 학교급식에도 가래떡을 제공해 쌀소비를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3월3일을 삼겹살 데이, 9월9일은 닭을 불러 모을 때 ‘구구’라고 하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닭고기와 계란을 먹자는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토종 데이 마케팅을 통해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우리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민들의 소중함도 되새겨야 한다.

‘어린이 날’은 어린이들이 즐거운 날이다. ‘스승의 날’은 학생들이 선생님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고마움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럼 11월11일, ‘농업인의 날’에는 농업인이 주인공이 돼야 당연하지 않은가? 농업인의 날이 흙(土)을 상징하는 날이 돼야하며, 농민의 눈물이 흐르는 모습(1111)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올해는 이미 지나갔지만 내년부터라도)한·미 FTA 재개정협상에 따른 추가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제대로 된 쌀값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진정한 ‘농업인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유현재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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