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포항시 북쪽 9㎞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여파로 울산에서도 적잖은 지진동이 느껴졌다. 기상청의 재난문자가 여러차례 울렸고 일부 시민들은 대피를 하기도 했다. 포항에서는 담장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울산은 지난해 7월5일 오후 8시33분께 동쪽 52㎞ 해상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 엄청난 공포심을 경험했다. 같은해 9월12일 경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 여파도 자못 컸다. 지진 불안이 일상화해가고 있다.

지진은 천재지변이다. 지진 발생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예방과 대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은 지대이긴 하지만 지진이 잦아진 만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경험한 규모 5.0~5.8의 지진만으로도 삶의 질이나 정주의식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우선 내진설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 울산의 내진설계율은 공공시설의 경우 42.8% 추정에 머문다. 민간시설은 파악조차 어렵다. 대피요령과 대피소 운영에 관한 매뉴얼도 여전히 허술하다.

포항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흔들렸던 이날 울산시의 재난문자는 기상청에 비해 21분이나 늦었다. 지진 발생 시각은 2시29분. 기상청은 32분에, 울산시는 53분에 재난문자가 전달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청직원들에게는 46분에 대피명령이 전해졌다고 한다. 그 시각 시청에는 장애인들의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수백명의 장애인들은 행사 취소가 발표된 3시2분까지 강당에 머물러 있었다. 대피를 하느라 더 심각한 혼란이 발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며 대부분의 시청 직원들이 장애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시청 직원들의 대피에 앞서 장애인들을 먼저 대피시켰어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울산시의 재난 대비 시스템에 공복으로서의 도리가 포함돼 있는지 재점검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때마침 수능을 하루 앞둔 날이다. 지진동을 다소 심하게 느낀 터라 수험생들이 정신적 불안상태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게다가 여진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시험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외국어 듣기 평가 시험 때 지진동이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응도 어려운데다 일부 지역에서만 지진동을 느끼게 되면 형평성 등 문제 발생의 소지도 있다. 게다가 포항지역 수능시험장 14곳 중 다수에 지진 균열이 발생해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급기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15일 밤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16일 시행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수능을 오는 23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수능시험이 미뤄진 건 지난 1993년 도입 이후 24년만에 처음이다. 수능을 연기함으로써 당장 문제지의 보안과 향후 대입 전형일정의 차질이 우려된다. 허나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는 학생들의 안전문제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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