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 영향 주장도 제기…기상청 “지진 때 물 올라온 사례 흔해”

규모 5.4 지진이 일어난 경북 포항 진앙 주변에 흙탕물이 솟구쳐 나왔다.

이를 두고 액상화 현상, 지하수 분출, 인근 지열발전소 영향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8일 찾아가 본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 논은 곳곳이 물에 젖은 상태였다. 15일 발생한 지진 진앙과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여기서 약 1㎞ 떨어진 곳까지 흥건하게 물이 고인 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젖은 탓에 바짝 마른 바로 옆 논과 구분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기존 논 흙과 다른 모래가 바닥에 쌓인 모습도 드러났다.

물이 솟아 나오면서 만든 작은 분화구도 있었다.

주민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직후 논에서 물과 모래가 섞여 솟구쳐 올랐다고 전했다.

논 바로 옆에 사는 배용자(55·여)씨는 “한 달 이상 비가 안 와서 논에 들어가 차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바짝 마른 상태였다”며 “지진이 일어나고 집 밖으로 나와 보니 흙탕물이 여러 곳에서 사람 허리 높이 만큼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 전문가는 액상화 현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액상화현상은 일본 학계에서 나온 용어로 지진으로 지반이 액체 상태로 변하는 것을 가리킨다.

퇴적층에 토양과 물은 평소 섞여 있다가 지진 같은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면 분리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 물이 쏠린 지역은 땅이 물렁물렁해지거나 흙탕물이 밖으로 솟아오른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이런 액상화현상 사례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지진 때문에 액상화현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특히 포항은 전체적으로 퇴적암이 많은 연약지반인 데다가 북구 양덕동 일부가 쓰레기매립지로 지반이 약해 피해가 컸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액상화현상으로 단정하기엔 무리란 의견도 있다.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한 뒤 논밭에서 물이 땅 위로 올라온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물이 올라온 것을 학계에서 아직 액상화라고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근 지열발전소 건설이 지진 발생이나 액상화현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지열발전소 건설이 지층을 약화해 지진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열을 얻고자 4.3㎞ 깊이로 구멍을 2개 뚫는 과정에서 단층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에 건설 중인 지열발전소는 이번 지진 진앙과 약 2㎞ 떨어져 있다.

그러나 포항지열발전소를 건설 중인 넥스지오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시추공은 지진과 관련한 것으로 예상하는 단층과 무관한 위치에 설치됐고 이 때문에 지진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어 발전소와 지진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다만 비화산지대 지열발전 특성에 따라 지하에 물을 주입해 인공저류층을 형성하는 ’수리자극‘ 과정에서 유발 지진이 발생하는 일부 사례는 있지만 모두 1주일 이내 발생했다”며 “생산 설비 설치를 위해 9월 18일부터 약 2달간 작업을 중단한 만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지진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민관 합동 조사를 벌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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