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원전도시 안전 매뉴얼을 갖추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올해 초 원전 안전도시 구현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UNIST 연구팀에 의뢰, 17일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우리나라 원전 24기 가운데 16기를 근거리에 두고 있는 원전도시로서 안전대책을 보다 확고히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종합계획 수립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울산은 지난 2015년 5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EPZ emergency planning zone)을 30㎞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117만 울산시민 대부분은 원전 사고 발생에 대비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비상계획구역 권고안에 따르면 원전에서 반지름 3~5㎞이내는 원전사고 우려가 있거나 발생하면 즉시 대피해야 하는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5~30㎞이내는 방사능 유출에 따라 대피를 하거나 방호약품 등을 구비 또는 지급해야 하는 긴급보호조치 계획구역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연구용역최종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울산시의 방호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보유 중인 방재물품은 턱없이 부족하고 울산의 실정에 적합한 대피 시나리오도 없는 실정이다. 울산시가 갖추고 있는 보호장구세트는 6만9000여개, 마스크는 10만7000여개에 불과하다. 울산인구를 고려하면 약 100만세트를 추가로 구비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사고 발생시 대피 시나리오와 대피로 확보다. 울산의 도로사정과 인구 밀집 등의 특성이 반영된 대피 시나리오가 없어 대피나 보호조치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진단이다. 일반적인 원전사고 대피 요령이 아니라 울산 맞춤형 대피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피로 확보가 문제다. 원전에서 가까운 울주군 대안리 일대에 최근들어 대단지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도로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지고 있다. 대피로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울산시내도 외곽순환도로의 미비에 따른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울산시와 울산시경찰청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지역내 전체 도로를 두고 원전 사고시 대피로라는 관점에서 총체적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예산도 문제다. 연구팀에 따르면 방재시설 및 구호 물품 확충에 22억2500만원, 방재인프라 강화에 12억9500만원, 방재 및 안전교육에 29억6800만원 등 총 64억8800만원이 필요하다. 발전소 소재지 관할 지자체에 주어지는 지역자원시설세로 충당이 가능할지 꼼꼼한 점검이 필요해보인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