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또한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경고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해를 바꿔 이어진 경주·포항에서의 강진이 ‘어쩌다 한번’이 아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재난’으로 지진을 인식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실체가 없었던 ‘지진공포’였다. 지난해 경주지진에 앞서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을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활성단층위에 지어진 대규모 공단과 원전시설을 끼고 살면서도 울산시민 대부분이 지진문제를 다른 나라의 일처럼 여길 정도였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울산과 9월 경주 지진을 겪은 후 연말께 지진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막연한 공포에 대응하는 의례적인 수준으로, 실천여부가 의심스러웠다. 포항에서의 지진이 확인해주고 있다. 내진성능 보강, 재난대비태세와 같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지진에 대비한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진에 취약성을 드러낸 공공·민간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제도정비와 대책마련은 아직도 뒷 순위에 두고 있는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진 같은 재난 대비는 최악(最惡)의 가정 아래 해야 한다. 학교 건물이나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공 건물부터 서둘러 내진 설비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 민간 건물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원전보다 더 위험한 것이 일반 건물이다. 내진 설계나 시공이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현행 법상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아닌 민간건축물은 더 심각하다. 울산시에 따르면 9월말 기준으로 지역내 민간건축물은 총 3만9507동이다. 내진설계 및 보강이 완료된 곳은 1만7093동이다. 절반 이상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실효성있는 내진보강지원제도 운영을 통해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절실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내진성능을 확보하는 건축물 소유주에 대해 지방세 일부 또는 전액을 감면해주는데 그치다보니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년간 제도운영을 통해 지원받은 건축물이 단 2건에 불과한 것도 무리는 아닌듯 싶다.

달라져야 한다. 실체가 있는 공포로 다가 선 지진에 대비하는 기초토대부터 새롭게 쌓아나가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울산의 땅과 지하상황을 제대로 파악,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진재난 행동매뉴얼을 전면 재점검해 지역실정에 맞는 장·단기 대책을 수립, 현안과제로 인식해 행·재정적 운영의 앞순위에 놓는 것도 중요하다. 포항의 지진피해 상황을 정확히 분석, 공포가 아닌 교훈을 얻겠다는 자세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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