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이 곧 신청사로 이사를 한다. 내년 1월 개청식을 앞두고 다음달 20일부터 본격 이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울산시 중·남구에서 50여년간의 더부살이를 청산하고 울주군 청량면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셈이다. 지난 2015년 10월에 착공한 새 건물은 이미 완공됐다. 울주군 공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군민들도 자못 설레는 일이다. 공무원들은 비좁고 낡은 건물에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만큼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면 되면 능률이 향상될 것이다. 군청을 방문할 일이 거의 없는 일반 군민들도 최신식으로 지은 새청사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런데 새청사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비좁아서 입주도 하기 전에 증축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23일 울주군의회 행정사무감에서는 “울주군의 행정수요는 인구 30만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새청사는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질타가 나왔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공공기관 청사의 규모에 대한 규정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 탓이다. 수년전 공공기관의 호화 청사가 말썽이 된 적이 있다. 지금도 일부 도시에서는 호화 공공청사를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호화청사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행안부는 공공청사의 면적기준을 정했다.

울주군은 행정안전부가 정한 인구 15만명 이상 군의 청사 기준(1만3582㎡)에 따랐다. 울주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구 20만명이 넘는 22만7445명(2017년 10월말 기준) 군이다. KTX역세권 개발 등으로 머잖아 30만 인구를 가진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울주군의회 김영철 건설복지위원장의 지적대로 몇년내 협소한 청사가 문제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울주군은 이같은 사태를 예상하고 기준면적으로 현실성 있게 조정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행안부는 특혜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도농통합형인 군지역에 대한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탁상행정이 문제를 부른 것이다. 국민들의 뜻은 실속 없는 호화청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지 비좁은 청사에서 고생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는 예부터 한국의 미를 표현하는 말이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이 말은 한국 건축의 특징을 설명하는 단어로 널리 쓰인다. 면적으로 제한하는 기준이 아니라 우리의 DNA속에 있는 전통적인 가치를 되살려 공공기관 청사의 기준으로 삼으면 될 일이다. 울주군 청사는 이미 완공됐지만 또다른 피해를 예방하려면 정부의 규정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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