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10명의 근로자를 다치게 한 롯데케미칼 울산1공장 전기실 폭발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수사결과 사고당시 작업과정에서의 이상징후에도 안전조치가 없었고, 5일전에는 비슷한 폭발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조치없이 작업을 강행, 대형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초의 사고원인을 분석, 제대로 보완한 뒤 작업에 나섰더라면 2차 폭발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아닐 수 없다. 산업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의 실체를 또 한번 드러낸 것으로, 사고유발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할 것이다. 또 공장안전관리시스템을 원점에서 재점검, 습관적으로 위험을 간과해 온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전기실 폭발때 작업절차 이행이나 근로자 안전 관리 등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총괄공장장 등 관계자 5명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고는 공장 정기보수 후 재가동을 위한 전력 공급 작업과정에서 발생했다. 전기실에서 롯데케미칼 8명, 전기부품 공급업체 2명 등 10명이 6600V의 전압을 110V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계기판에서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는 이상 징후가 확인돼 작업자들이 변압기 문을 여는 순간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폭발은 변압기 내 3개 전선 중 끊어진 1개가 주변의 철제 패널에 닿으면서 합선이 발생, 변압기에 과전류가 흐르면서 비롯됐다. 경찰은 이상징후가 확인됐을 때 즉시 전원을 차단하고 보호장구를 착용한 필수 인원이 설비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런 조치없이 작업자 전원이 계속하다 피해를 키웠다고 밝혔다. 작업자 10명 모두 화상과 연기흡입 등 중경상을 입었다. 전치 6주 이상의 중상자만 7명이다.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정기보수작업을 마치고 공장 재가동 준비단계에서 발생했기 망정이지 본격 가동중이었다면,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롯데케미칼에서의 잇단 사고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롯데케미칼로서는 여수산단내 공장에서도 지난 7월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1월에는 방사능 유출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롯데케미칼의 공장안전관리시스템을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 한번의 폭발사고가 대재앙으로 번질 수 있는 화학 공장이다. 사고의 위험에 대해 별다른 느낌을 갖지 못하는 ‘안전불감증’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서는 안되는 곳이다. 지금부터라도 경영자나 근로자 모두의 의식과 생활속에 ‘안전’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안전경영’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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