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새 집행부가 지난 1일 출범했다. 무엇보다 2년 동안 매듭짓지 못한 임단협에 새로운 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집행부의 최우선 공약이 ‘연내 타결’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도 내심 빠른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임단협이 미루어지면서 조합원들의 손실도 적지 않다. 조합원들은 지난 2년간 타결 일시금 15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퇴직자들은 일시금을 한 푼도 챙기지 못했다. 올해 교섭도 해를 넘기게 되면 600여명의 정년 퇴직자들이 손실을 입게 된다.

5개월 뒤에는 내년도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이달 중에 지난 2년간의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하면 3년치의 협상을 함께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연내 타결의 비결은 노사 양측의 입장 변화다. 양보 없는 협상은 있을 수 없다. 우선 노조는 상여금 지급 기준 개선안을 수용하고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를 철회하는 양보가 필요하다. 회사도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등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유휴인력 등 현안은 별도의 창구를 통해 다루면 될 일이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과거에 대한 책임공방도 소용이 없다. 오로지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잔량은 불과 8개월치 70여척이다. 올해 수주실적은 30여척에 불과하다. 그 마저도 선가(船價)는 흑자내기가 어려운 구조다.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중국업체에 넘어간데 이어 해양 플랜트조차 잇따라 경쟁업체에 고배를 마셨다. 3개 도크 가동중단으로 유휴인력 5000여명이 휴직(휴업)·교육 중인데도 일감 부족의 압박이 강도를 더하는 셈이다. 해양 야드에는 단 1기의 프로젝트만 남아 있다. 해양 야드 일부를 이미 현대미포조선에 매각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현대중공업 매출은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조선해양산업의 시황 회복은 2020년 이후로 보는 이가 많다. 경쟁업체의 저가 입찰로 선박 및 해양플랜트 가격은 하락세인데 후판 등 원자재가격은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고 있다. 영국 해운전문기관 클락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독주체제가 끝났다’며 ‘중국에 따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지역경제는 악화일로다. 일자리 부족으로 동구지역의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기초의원이 한명 줄어들었다. 경제 위축은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박근태 신임지부장은 지난 28일 정주영 창업자 흉상 제막식에서 ‘길이 없으면 찾으라, 그래도 없으면 만들어라’는 어록(語錄)을 인용하며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고 했다. 새 집행부가 만든 새로운 길에서 노사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