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이지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교수)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환경소음 중 층간소음 유독 예민
개인 삶의 질 떨어뜨리는 주요인
18~22시 민원 가장 많이 발생해
이웃간 소통기회 갖고 배려 필요
소음차단 취약 건설공법 개선돼야

추운 날씨와 방학 등으로 인해 실내활동이 잦은 겨울철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도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층간소음을 중심으로 환경소음의 문제점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이지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교수)와 알아보았다.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소음은 인간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을 ‘기능 장애나 부가적 스트레스의 보상능력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환경요인의 유해한 영향에 대한 감수성을 증가시키는 생체의 형태와 생리 변화’로 정의하고 있다. 소음이 개인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을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소음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대화방해, 수면방해, 스트레스 증가, 지속적 집중방해, 복잡한 계산 및 판단 능력 저하, 공격성향, 아동의 학습능력저하, 우울증 등이 있다. 이는 개인의 성향이나 감수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소음의 물리적 노출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가 증가하는데 40dB(A) 이상이면 수면의 깊이가 낮아지기 시작하고, 50dB(A)을 넘으면 호흡 및 맥박수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60dB(A)이 넘으면 수면장애가 시작되고, 70dB(A)이 넘으면 말초혈관이 수축되며, 80dB(A)을 넘으면 청력장애가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층간소음에 유독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다. 층간소음에는 어떤 소리들이 포함되나?

“층간소음이란 다세대 주택 및 아파트 등 공동주거 공간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음 공해다. 아이들 뛰는 소리, 발걸음 소리, 화장실 물소리, 가구 끄는 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TV 소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층간소음은 가볍고 딱딱한 경량충격음, 무겁고 충격이 큰 중량충격음, 그리고 기체를 통해 전달되는 가벼운 소리인 공기전달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층간소음이 사회문제가 되는 이유는?

“층간소음은 도시화 및 산업화로 주거양식이 아파트 등 공동주거 형태로 변하면서 일상생활에서 가장 자주 노출되는 환경오염원이 됐다. 층간소음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쾌적하게 살고 싶은 개인적 욕구에 반하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이 크다. 직장 등 공동 공간이 아닌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라는 측면에서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울 수 있다. 때문에 층간소음이 최근에는 환경민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소음피해 민원을 분석해보면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간대별로는 18~22시 48.5%, 22~5시 31.9%, 8~18시 15.3%, 5~8시 4.3% 순으로 많다. 대부분 저녁과 밤에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방해를 받는 일상생활은 휴식 42%, 독서(공부) 28%, 수면 24%, TV 청취 3%, 대화 3% 순으로 나타났다. 휴식과 공부,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고 생각할 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층간소음 분쟁의 발생 원인은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층간소음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이들 뛰는 소리(73%), 망치질 소리(4.7%) 등과 같은 인적요인과 화장실 물소리, 문 여닫는 소리 등과 같은 건물의 구조적 요인, 그리고 이를 예방하고 해결해야 하는 제도적 요인 등이다. 인적 요인은 소통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구조적 요인은 개인이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구조적 문제는 국내 아파트의 85%를 차지하는 벽식구조 아파트가 실내소음 차단에 취약하다는 데서 기인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택건설 등에 관한 규정에서 바닥두께(150~210㎜) 또는 바닥충격음 기준(경량 58dB, 중량 50dB)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됐다.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공동체 의식의 부재도 층간소음 분쟁의 주요 원인이다. 국민 대부분이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지만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여 층간소음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기주의적 사고와 이웃 간 소통 부족도 층간소음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층간소음을 규제하는 기준이 없어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층간소음은 주거양식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형식으로 변하면서 피할 수 없게 된 시대적 산물이다.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제시되고 있지만 사람이 살면서 어느 정도의 소음발생은 피하기 어렵고,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은 법적·사회적 규범의 테두리 안에서 거주자가 규범을 준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을 중시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욕구와 상반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몇 가지 해결방안이 있다. 첫째 이웃 간 소통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게 중요하다. 과거에는 이웃 간 왕래가 잦다보니 이웃집 가족 구성원과 그들의 성향까지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소음은 주관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면을 고려할 때 자주 만나고 인사하면 소음을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되고, 폭언이나 폭행 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이웃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잠깐 동안의 소음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한동안 참으면서 이웃의 배려를 기대하다 어긋나면 실망과 분노가 생긴다. 아이가 집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통제하기 어렵다면 소음차단 매트를 깔거나 슬리퍼를 신고 생활하는 게 필요하다. 셋째, 앞으로 아파트 등 공동주거시설을 지을 때는 소음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발전된 공학기술을 반드시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층간소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아파트를 지은 후 거주자끼리 해결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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