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 들려오는 현대家의 노사 갈등
최대의 경제위기 상황서 중한 게 뭘까
노사 손잡고 위기를 도약대로 만들어야

▲ 신형욱 사회부장

올 한해를 돌아보며 불길한 전망은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2017년이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인데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이 타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집회는 연중 이어지고 있고 파업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결코 가고 싶지 않고 가서는 안될 미국 자동차도시 ‘디트로이트의 몰락’과 스웨덴 조선도시 ‘말뫼의 눈물’을 울산이 동시에 겪게 될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 더욱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2년치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현대자동차도 연내 타결을 이끌어낼 수가 있을까 할 정도로 갈등이 커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7~28일 파업을 벌인데 이어 지난 5일부터 또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8일까지 예정된 이 파업은 지난달 하부영 노조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임단협을 두고 벌이는 첫 공식파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4월부터 임단협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임금성 등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조가 회사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이기 위해 파업과 함께 다른 투쟁을 결정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회사는 주말특근 취소라는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놨다. 노조의 파업기간 특근 유지 결정에 무노동무임금이 적용되는 파업에 따른 조합원들의 임금손실을 특근을 통해 만회하려 한다는 외부 비난과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측은 앞서 코나 추가생산을 두고 벌어진 1공장 파업에 대해서도 엄정 대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전의 관행을 봤을 때 이같은 사측의 강경방침이 그대로 유지될 지는 미지수지만 현재로서는 단호해 보인다. 매번 반복되는 노사간 힘겨루기식 소모전에 ‘현대차의 위기’ 진단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소 귀에 경 읽기’인 상황인 셈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의례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 사측의 원칙적 대응 약속이 임답협 교섭완료 이후에도 지켜질 지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의 교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해를 넘긴 지난해 교섭과 함께 2년치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절충점조자 찾지 못하면서 올해를 또 아무 소득없이 넘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내년에 3년치 협상을 진행해야 할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박근태 신임 노조 지부장이 7일 취임식과 함께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연내 임단협 타결 선포식도 계획하고 있어 기대가 크지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게 현실이다.

두 기업의 악화된 노사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1987년 울산에서 노동자대투쟁이 벌어진 지 30년이 되었지만 “노동자에게 수익은 분담하지 않으면서 고통은 분담하란다”는 노조의 인식과 “자기들 몫에만 관심있는 귀족노조의 생떼”라는 기업의 인식이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 직원 내부에서도 회사가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일단 내몫부터 먼저 챙겨야 한다는 일부의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듯하다. 현대중공업에서는 공산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비효율적 나눠먹기에 대한 우려의 분위기도 있다.

“뭣이 중헌디?” 이 말은 영화 ‘곡성’에서의 명대사로 유행어가 돼 많은 패러디를 낳았고, 때론 개그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뭣이 중헌디?”라는 이 대사는 지금 최대의 위기에 처한 울산 경제의 심장,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노사 모두에게 울산시민이 꼭 묻고 싶은 말일 듯하다. 답은 현대차 노조에 대한 심층 연구로 국내 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진단한 ‘가보지 않은 길’의 저자 송호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4월 현대차 울산공장 관리직을 대상으로 한 특강 내용에 담겨 있는 듯하다. 그는 강연 말미에 “현대차는 전혀 알지 못했던 지나온 과거를 성공적으로 걸어왔다. 앞으로도 노사가 힘을 합쳐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힘차게 행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신형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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