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이 6일 국회 2층 계단에서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 것에 대해 밀실 야합예산이라는 구호와 손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고용 당초보다 감액
SOC 1조3000억 되레 늘어
한국당 “밀실야합 예산 반대”
피켓시위 후 본회의장 퇴장
향후 여야대치 격화 가능성

국회는 6일 정부예산안보다 1375억원 순감한 428조8339억원(총지출 기준) 규모의 2018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178명, 찬성 160명, 반대 15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내년도 새해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나흘 넘긴 이날 새벽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지각 통과함으로써 향후 여야간 날선 대치는 한층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당은 이날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법 개정 등에 공개 반대 입장을 밝힌뒤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사회주의 예산 반대” “밀실 야합 예산 심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습 시위를 벌인 뒤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이 자신들을 배제한 채 본회의가 속개하자 강하게 반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는 파행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당은 애초 전날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수정 예산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지만, 거센 내부 반발에 부딪혀 결국 반대로 돌아섰다.

한국당은 30분간 본회의 정회를 요구한 뒤 의원총회를 거쳐 본회의에는 참석했지만, 표결 자체는 끝내 불참함으로써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이 법정 시한보다 나흘 늦게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어섰다. 선진화법 시행 후 정부 예산안이 지각 처리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진행 도중인 전날 오후 9시 51분 본회의를 전격 개의, 초고소득 증세를 위한 법인세와 소득세법 개정안을 잇달아 처리했다.

내년 예산은 구체적으로는 당초 정부안의 총지출 가운데 4조3251억원이 감액됐고, 4조1876억원이 증액됐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44조7000억원으로 원안보다 1조5000억원 줄었다. 일반·지방행정 예산(69조원)과 외교·통일 예산(4조7000억원)도 각각 7000억원, 1000억원 순감됐다. 반면 올해 예산 대비 20% 삭감됐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심사 과정에서 많이 늘어났다. SOC 예산은 1조3000억원 늘어난 19조원으로 책정됐다. 여야는 예산 처리 직후 공방전을 계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회의 직후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청년세대를 위한 최저임금을 시행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민생이 어려울 때 야당이 전혀 책임지지 않는 자세,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모습은 굉장히 국민에게 염치없고 무책임하다”고 한국당을 겨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표결 뒤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별도의 규탄 성명을 발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선거구제 뒷거래를 통한 야합에 의한 2018년도 예산안 처리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은 국민 부담을 가중하는 예산을 조정하고 국방, 농업 같은 꼭 필요한 예산을 조정해 큰 틀의 타협을 유도했다. 지역 간 불균형을 바로잡고 소외된 곳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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