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 남용·‘수사 외면’ 등 대상…PD수첩·세월호 수사 등 재조명 가능성
박상기 “독립성·중립성 유지에 최선”…민변 출신 5명에 文캠프 출신 위원장

과거 검찰의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관한 진상 규명을 위한 위원회가 꾸려져 활동에 들어간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시국 사건 등 전형적인 과거사 사건뿐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논란이 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던 PD수첩 사건이나 ‘부실 수사’ 의혹을 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등이 조사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는 12일 김갑배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한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발족했다고 밝혔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재심 등 법원의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가운데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사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및 기소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사건 등을 조사 대상으로 한다.

법무부는 조사 대상 사건의 수사 기록이 검찰에 보존돼 있어 실무 조사 기구를 대검찰청에 별도로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내부 자료에 접근권을 가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와 협업을 통해 과거 국정원의 정치 공작 등 의혹을 규명해온 구조와 유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검찰 과거사위는 조사 대상 사건을 선정하고, 과거사 조사 결과를 통한 진상 규명,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사 사항 권고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또 대검찰청 산하 조사 기구가 조사한 대상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아 검토한 후 추가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보완 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전형적인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시국·공안 사건 등을 일부 조사해 검찰 재심 청구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무리하게 수사권을 행사했거나 수사를 지연한 것으로 의심받는 사례들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검찰 안팎에서는 참여정부가 임명한 KBS 정연주 사장을 이명박 정부 시절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가 무죄가 난 사건, 광우병 위험 관련 보도를 했지만 명예훼손 무죄가 선고된 MBC PD수첩 관계자 수사, 구속 수사를 받았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미네르바’ 박대성씨 사건 등이 오르내린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 수사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검찰 수뇌부의 수사팀 ‘수사방해’ 의혹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검찰 과거사위는 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 고재학 한국일보 논설위원, 김용민 변호사, 문준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송상교 변호사, 원혜욱 인하대 로스쿨 교수, 임선숙 변호사,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 등 9명으로 구성됐다.

다만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위원장 김 변호사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선 후보 진영에서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고, 김용민·송상교·임선숙 변호사, 정한중 교수 등 다른 4명도 민변 출신인 점을 들어 위원 구성 면에서 다양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무·검찰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그 과정은 고통스럽고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활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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