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은 길거리에 현수막을 함부로 내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엔 현수막이 난무한다. 교통량이 많은 곳을 골라 내걸고 있는 불법현수막은 그 내용을 떠나 도시환경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다. 도시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구·군이 허용하는 지정 게시대도 흉물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난무하는 현수막까지 용납할 이유는 없다. 엄중한 잣대로 현수막 게시를 막아야 하며 정치 현수막이라고 해서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지방선거가 다가온 탓인지 길거리에서 정당의 현수막을 접하기는 어렵지 않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엄연히 불법이다. 옥외광고물법은 옥외광고물의 질적 향상을 위해 만든 법이다. 광고물의 게시장소가 불편을 주거나 모양이나 내용이 다중에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예외조항이 있다.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고자 현수막을 설치하면 철거 사유에서 배제된다. 또한 정당법은 사실상 정치인들이 현수막을 마음대로 내걸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해 홍보하는 행위와 당원을 모집하기 위한 활동을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용에 대한 해석 차이로 논란이 자주 발생한다.

울산시 동구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남목 일대에 걸려 있던 특정 정당 현수막 14개 중 13개를 동구청이 철거한 때문이다. 정당법에 의거한 정당활동이라는 정당측과 옥외광고물법에 위배되는 불법 현수막이라는 동구청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당의 현수막이냐를 떠나 동구청의 현수막 철거는 잘한 일이다. 옥외광고물은 다중의 정서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주민들은 일방적 자랑을 늘어놓거나 특정 정당을 비난하는 정당 현수막에 불쾌감을 느낄 때가 많다. 심지어 정치혐오감을 더 확산시키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가 되는 공연이나 전시 등 예술활동을 알리는 현수막이 예외규정의 적용을 받는다면 모를까 정치 현수막에 특혜를 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이같은 논란은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본다. 행정기관의 엄중한 법집행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선거운동기간동안 후보들을 알리는 적법한 현수막 외엔 모두 엄중한 옥외광고물법을 적용해 도시환경을 훼손하는 불법 정치현수막이 울산의 거리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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