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차갑다. ‘장애우’라는 잘못된 용어로 마치 장애인에 대해 깊은 애정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장애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배려하지도 못하고 있다. 사탕발림같은 말이 아닌 그들이 조심스럽게 내딛는 도로의 시설물만이라도 규정을 제대로 지켜 설치되는 사회였으면 한다.

울산시 남구 무거동에 있는 한 아파트 인접 도로는 점자 보도블록이 정해진 규정과 반대로 설치돼 있다. 선형과 점형으로 나누어져 있는 점자 보도블록은 장애인들이 인도를 걸어 다니는데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굵은 선 4개가 나란히 그어진 보도블록은 곧바로 걸어가면 된다는 의미다. 동그란 점들이 그려져 있는 보도블록은 곧바로 나아갈 수 없으므로 방향을 바꾸어 다시 선형 보도블록을 따라 움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두 보도블록이 바뀌어 있다. 쭉 나아가도 되는 곳에는 점자 보도블록이,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 곳에는 선형 보도블록이 깔려 있다. 시각장애인이 걸어 다닐 수 없는 거리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는 그저 시각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주는 데서 그칠 일이 아니다. 보도블록 시공의 기본적인 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업체와 관리감독의 업무를 소홀히 한 행정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혹은 점자 보도블록 시공의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는 업체와 공무원이 버젓이 공공시설물을 설치 업무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한심한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을 두고 있다. 이 법에는 보행안전시설물의 설치 조항이 엄연히 나와 있다. 울산시를 비롯한 자치단체는 이 법률에 따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운용하고 있다. 울산시는 엄중하게 원인을 가려서 반드시 합당한 징계를 해야 할 것이다. 착각이나 실수라며 관용을 베풀어서는 절대 안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자치단체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디자인거리도 약시를 가진 시각장애인들에겐 걷기 어려운 길이 되고 있다. 약시자도 인지가 가능한 황색이어야 하는 점자·선형 보도블록이 디자인거리라는 명분아래 다른 색상으로 바뀌어 있다. 보도 곳곳에 자리한 볼라드도 문제가 된다. 차량통행을 제한한다는 명분으로 설치된 볼라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지뢰나 다름없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볼라드를 맞닥뜨리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볼라드를 전면 재점검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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