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했다. 22일 찬반투표 결과는 48.2%인 2만1707명의 찬성, 50.2%인 2만2611명의 반대, 무효 1.53%인 690명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노조는 연내 타결을 위해 교섭의 속도를 낼 것인지, 내년까지 파업 투쟁에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내년 2월 교섭을 재개할 것인지, 세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고 한다. 부결의 원인은 지난해보다 임금인상폭이 낮은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사측도 곧바로 추가임금안을 제시할 지 고민하고 있다.

올해 잠정합의안은 지난해 1차 부결됐던 잠정합의안의 기본급인상안과 같다는 점에서 가결에 애로가 예상됐다. 지난해에도 1차 잠정합의안에서 기본급 인상을 5만8000원으로 합의했으나 부결 후 2차 잠정합의안에서 7만2000원으로 올렸다. 개인연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등으로 실질적인 기본급 인상은 4000원에 불과했다고는 하나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하면 임금이 오른다는 전례를 남긴 셈이다. 조합원들의 입장에선 ‘좋은 경험’을 두고 애써 ‘불리한 제안’을 선택할 까닭이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에는 1차 부결 후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하기까지 심각한 홍역을 치렀다. 50여일이나 걸렸을 뿐 아니라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더 많은 파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1차 잠정합의 전까지 20차례 파업으로 6만5800여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반면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엔 14차례 파업으로 6만5900여대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특히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노조는 2004년 이후 첫 전면파업까지 단행했고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이르는 등 부결 이후 긴장감이 극대화되기도 했다. 조합원들도 2차 합의로 기본급 인상 등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돼 실질적인 소득은 크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2차 잠정합의안을 빨리 도출하는 것이 회사나 노조 모두에게 이익이다. 교섭과 파업을 이어가며 시일을 끌다보면 국내외적으로 현대차의 위상이 급속하게 하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일방적인 양보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인만큼 2차 합의안 마련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의 전철을 밟게 되면 앞으로의 노사협상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귀족 노조’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도 더욱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급속한 변화와 중국·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겪고 있는 현대차의 위기를 감안하면 2018년은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된다.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면 위기 극복도 불가능하다. 2017년이 불과 일주일 남았다. 노사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연내타결을 달성하되 올바른 노사관계 정립의 이정표도 세워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노사 모두 깊은 고민이 필요한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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