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이라는 이유로 산업재해의 위험성을 떠안아야 했던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새해부터 원청과 하청의 재해를 통합 관리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1월1일부터 제조·철도·지하철 업종 가운데 원청의 상시 근로자 수가 1000명 이상인 사업장 119곳을 대상으로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관리제도를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원청의 책임을 산재 지표에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원청의 지표에 하청 근로자의 산재를 포함해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사망자 수 비율) 등을 산출하겠다는 것이다.

울산지역에서는 현대중공업 등이 적용대상이다. 한 사람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 산업재해에 대처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첫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2019년부터는 500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실시될 예정이다. 산업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취지에 걸맞게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시행초기부터 다잡아야 할 것이다.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일상 용어가 된 지 오래다. 고도성장기 생산성만을 앞세워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제도와 장치들을 불합리한 규제로 간주해 온 결과가 아닌가 싶다. 또 하청 계열화의 확산과 더불어 다양한 고용 형태 등장에도 직접고용을 전제로 한 과거의 산재방지대책에 매몰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재해 1등 국가’라는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정부와 관련 당국이 산재사고에 대한 기술적 원인을 밝히고, 관련 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지속적인 처벌을 해왔지만 추락이나 충돌, 폭발 등 후진적 재해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그 반증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의 변화한 산업구조와 고용구조는 아랑곳없이 과거의 평면적 산업안전보건 제도와 시스템에 머물면서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 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관행이 공고해졌고, 원청의 작업장 안전보건 관리가 이를 뒤따르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업재해 통합관리제도의 시행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첫 걸음일 수 있다. 제도의 조기정착을 기대해 본다. 다만 아쉬운 것은 하청회사 산업재해 현황이 원청회사에 의해 통합 공표될 뿐 하청회사의 산업재해가 많다고 해서 그 자체로 원청회사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 다른 빈틈으로 작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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