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산업수도를 자처하는 도시다. 하지만 조선과 자동차의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성장정체를 맞으면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간다. 앞다투어 울산공장을 증설하던 대기업들은 언제부턴가 서서히 다른 도시나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울산에서 더 이상 사업확장을 하지 않는다.

위기는 언제든지 누구든지 겪는다. 위기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올바른 대처방안을 세우고 적기에 실행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울산시의 4차산업혁명 대응은 너무 늦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온지가 언젠데 26일에야 비로소 ‘4차 산업혁명 울산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를 개최했다. ‘산업수도’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산업혁명은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을 말한다. 우리는 18세기부터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차례로 겪으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해 왔다. ‘이전의 것을 단번에 무너뜨리고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것’을 말하는 ‘혁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울산은 과연 4차 산업시대에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울산이 4차산업혁명 대응에 늦은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기업들이 울산공장들에서 4차산업혁명에 즉각 대응을 하기보다는 현상유지를 선택하고 있다. 강성 노조로 인해 울산에서는 기업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큰 이유의 하나다. 다른 도시에 비해 값비싼 공장부지, 까다로운 허가 요건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도 대안모색에 나설 여력이 없는 지역중소기업들은 울산시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없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이날 보고회에서 4대 분야, 12개 핵심전략, 100대 과제를 선정해 5조1959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4대 분야는 주력산업 고도화·첨단화, 융복합 신산업 육성, 스마트 제조혁신, 4차 산업혁명 혁신기반 등이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몇개월에 걸쳐 분야별로 세세하게 장기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분야라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액션플랜이 절실한 시점이다. 더 늦어져선 곤란하다. 젊은 인력들이 속속 울산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난 청년이 3000명에 이른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도 시작됐다. 지난해 89만명으로 정점으로 찍은 후 올해는 88만4000명으로 떨어졌다. 울산이 인구 120만의 광역시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일자리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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