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저문다.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울산에선 좋은 일이 많지 않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어느 분야에서도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던 한해다. 반면 겉으론 큰 평지풍파가 없는 듯했으나 결과를 따지고 보면 유례가 없는 큰 사건들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사건은 현직 교육감의 구속과 사퇴다. 학교시설 공사업체 선정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복만 교육감은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사임의사를 밝혔다. 김교육감은 역대 교육감 다수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불운을 예외없이 이어간데다 뇌물수수로 구속된 첫 사례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얻게 됐다. 윤종오(울산 북구)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도 올 한해 비보 가운데 하나다. 북구는 진보와 보수의 치열한 접전지역인지라 선거법 위반에 의한 의원직 상실로 재보궐선거를 이미 2차례나 치렀던 지역이다. 내년 6월13일 재선거의 페어플레이를 희망한다.

우리나라 산업수도라는 이름이 무색하리 만큼 경기가 나빠졌다. 수출은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인 달도 있긴 하지만 ‘1000억 달러 수출’이 아득한 옛일인양 11월에는 그 절반 수준인 52억9000만 달러로 내려앉았다.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중공업은 조선경기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6개사로 분할했다. 현대자동차도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3대 주력산업의 한 축인 석유화학이 지역경제를 끌어가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던 오일허브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했던 석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올해 얻어낸 대표적 성과의 하나이지만 오일허브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노사관계도 악화일로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는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내년에 3년치 협상을 해야 할 처지이고 현대자동차의 임단협이 해를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협력업체들과 지역소상공인들의 고통이 내년으로 이어지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수년째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국책사업도 어느 하나 진전이 없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문제는 사연댐 취수중단이라는 울산시의 식수문제와 맞닥뜨리면서 논란이 가중됐으나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울산시민의 염원인 국립산재모병원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도 겨우 불씨만 살려놓았을 뿐 갈 길이 아득하다. 다행히 울산방문의해를 맞아 관광산업이 활기를 얻기 시작했다. 내년으로 성과가 이어질 지 기대를 걸어본다.

한해를 돌아보니 도시경쟁력 하락이 눈앞에 선연하다. 공연히 나쁜 기억들만 들춘 것 같긴 하나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면 극복도 불가능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 새롭게 출발하는 새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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