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 1년7개월간 매듭짓지 못한 임금단체협상에 대해 지난 29일 극적으로 잠정 합의했다. 일감부족이 극대화되는 올해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데 공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은 관문인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임단협을 마무리짓고 눈 앞에 놓인 위기 극복에 노사가 힘을 모으는 디딤돌로 삼았으면 한다.

2년치 임금협상을 함께 묶은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동결 △자기계발비 월 20시간 지급 △임단협 타결 격려금 연 100%+150만원 △사업분할 조기 정착 격려금 150만원 등이 포함됐다. 또 성과금은 산출기준에 따라 지급하고 상여금 지급 기준도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변경된 상여금 지급 기준은 △전체 800% 중 300%는 매월 25%씩 지급 △매 분기말 100%, 설·추석에 각각 50% 지급 등이다.

조합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교섭의 결과로는 미흡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을 고려한 고육지책임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노사가 일감부족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상호노력하기로 한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유휴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의 직무교육과 유급휴직에 동의하는 대신 임금체계개선을 포함한 세부적인 사항은 노사TF를 꾸려 협의하기로 한 것이다. 현실적 어려움을 인식, 노사가 힘을 합쳐 돌파해 나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아닌가 싶다.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조선부문은 수년간 수주 부진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올 한해 유례없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해양, 플랜트사업도 생산 물량이 없어 현장이 멈출 수 있다. 회사측은 오는 6월 이후 해양플랜트 일감이 없어 1500여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싱가포르 등 후발 주자가 낮은 임금의 원가경쟁력을 무기로 일감을 빼앗아 가는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노사의 단합된 힘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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