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2016·2017년 임단협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오는 9일 실시한다. 지난해 분할된 현대일렉트릭과 건설기계, 로보틱스 등 3개사도 현대중공업의 합의를 따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중공업의 찬반투표 결과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관심은 지대하다. 이번 노사협상 결과는 오랜기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새출발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우리나라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울산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서 지역경제, 특히 사업장이 있는 동구지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글로벌 조선업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 진행되기도 하지만 악화일로를 걷는 노사관계가 소비 심리 위축과 일자리 감소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통계를 보면 동구경제가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지난해 12월 동구지역 인구는 자치구로 출범한 1997년 이후 최저치인 16만9605명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의 경기가 좋았던 1990년대 말부터 2007년까지 동구지역의 인구는 18만명대를 유지해왔다. 2008년부터 17만명대로 내려간 이후 꾸준한 하락세다. 2013~14년 한때 17만8000명대로 올라섰으나 이는 저가수주로 늘어난 물량해소가 진행되면서 물량팀(임시직)이 대거 이주해왔기 때문으로 실질적인 인구증가로 볼 수는 없었다.

산업도시 울산의 인구증감은 지역경제의 바로미터다. 특히 현대중공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동구지역의 경우는 그 영향력이 더 크고 직접적이다. 16만명대로 내려앉은 동구지역 인구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대중공업 노사협상의 원만한 마무리는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노조도 이같은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합의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유휴인력 문제 해결과 임금체계 개선 등을 위한 노사TF팀을 꾸리기로 합의한 것으로 미뤄보면 단순히 임금인상에 매달려 있다가는 결국 공멸할 지도 모른다는 노조측의 각오가 합의안에 담겼다고 볼 수 있다.

되돌아보면 현대중공업이 ‘세계 일류기업’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도 노사관계가 가장 원만했던 시절이었다. 조선업에 있어 노사관계는 곧 품질이자 경쟁력이다. 노동력에 대한 선주들의 신뢰가 수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현대중공업 경쟁력 회복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 등의 약진으로 아예 설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9일 찬반투표의 가결이 절실한 이유이다. 지역소상공인과 시민단체들도 잇달아 호소문을 내고 협상타결을 촉구하고 있다. 양보가 없는 협상은 있을 수 없으며 여론을 외면한 노조는 미래가 없다. 하루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 경쟁력 회복에 나서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다시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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