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는 환율과 유가상승이 울산 수출 전선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를 위협하면서 울산의 수출을 근근이 지탱했던 자동차산업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또 조선업 부진의 빈자리를 메꿨던 정유·석유화학은 유가상승에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다. 환율하락(원화강세)은 주요 수출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게 되고 유가 상승은 정유·석유화학업계와 직결, 수요 위축과 마진폭 감소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조선, 자동차, 정유·석유화학 3대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울산경제로서는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50원대로 내려앉았다. 2014년 10월31일(1052.9원) 이후 처음이다. 외환 당국 개입추정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전일보다 3.3원 오른 달러당 1066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달러화의 약세,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자금의 금융시장 유입 등으로 하락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출 물량 비중이 60% 정도 되는데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현대차가 1200억원, 기아차가 800억원을 각각 손해보는 구조다. 환율이 100원 떨어질 경우 현대기아차에서만 2조원의 매출이 줄어드는 셈이다.

중동 정정불안으로 6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도 문제다. 배럴당 70달러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데 석유화학업계는 유가가 오를 경우 마진폭이 줄어든다. 국내 업계의 NCC(나프타분해시설)는 원유를 정제한 뒤 나온 나프타를 가공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정이어서 유가가 오르면 가격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수요 위축이 걱정거리다. 정유사 이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제품가격에서 원유 등 비용을 뺀 금액)이 배럴당 7~9달러선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가상승이 이어지면 수요가 줄 가능성이 크다. 울산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악재가 될 수도 있음이다.

울산 수출은 2011년 지자체 최초로 수출 1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어 2016년 652억달러, 2017년에도 700억달러(잠정)에 못미치며 2년 연속 600억 달러대에 머물렀다. 주력업종 중 하나였던 조선업 부진이 결정타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자동차가 근근이 버티고, 정유·석유화학의 선방이 있었다. 그렇지만 점차 믿을 구석이 없어지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 중 수출에 의한 일자리 비중이 64.1%에 달하는 울산이다. 세계시장 구조변화에 따른 본격적인 수출환경 악화에 대비,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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