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울주군이 정명 1000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자료가 실질적으로 전혀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울주군이 정명의 근거로 삼은 기록은 <고려사>에 나오는 ‘고려 현종 9년(1018년) 울주에 방어사를 파견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울주라는 지명이 방어사를 파견하기 전에 이미 존재했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장으로 정명의 근거라 하기에 섣부르다. 더구나 이 기록과 나란히 고려초에 지금의 이름(울주)으로 바꾸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또한 <고려사>를 조금만 더 살펴보면 ‘현종 2년(1011년)에 울주에 성을 쌓았다’는 기록도 나온다. 울주라는 지명이 적어도 1011년 보다 더 이전에 정명됐다는 말이다.
오해의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종이 성종의 지방제도를 혁파하면서 경기도와 전라도 등의 이름을 붙인 것이 1018년이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는 올해를 ‘경기 천년의 해’로, 전라남북도는 ‘전라도 정도 1000년’으로 내세우며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마침 같은 해에 ‘울주에 방어사를 파견했다’는 기록에 나오는 것을 보고 누군가 작의적 해석을 했고, 울주군은 그것을 검증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울주군의 졸속행정이 수십억원의 예산낭비와 행정의 불신을 자초하게 된 셈이다.
공자는 그에게 정치를 맡기면 먼저 “이름을 바로 잡겠다(正名)”고 했다. 물론 공자가 말한 정명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되는 것(君君, 臣臣, 父父, 子子)’으로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지명이 정해진 정명(定名) 시기조차 정명(正名)하지 못하는 울주군이 어떻게 정치와 행정을 바르게 할 것이라 신뢰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