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해를 넘기는 줄다리기 끝에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최종 타결했다. 지난 15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2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된데 이어 16일 임단협 조인식을 가졌다. 지난해 4월 협상을 시작한지 9개월여만이다. 침체된 울산지역 경기활성화 차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파업→추가인상’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데다 협력사와 협력사 근로자들을 일방적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대기업 노조의 ‘갑질 아닌 갑질’을 보는 듯해 더욱 그렇다.

현대차 노사는 당초 지난해 말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결국 해를 넘겨가며 재교섭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노조는 올해 들어서만 5일간 부분파업을 실시했다. 현대차는 노조 파업으로 통상 하루 3500여대, 770억원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측은 ‘상품권 20만원’ 등을 추가로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2차 잠정합의안이 만들어져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가결됐다. 회사측 제시안에 만족하지 못한 노조가 파업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고 생산차질을 우려한 회사측이 추가 제시안을 내놓는 후진적 노사협상의 결과물인 셈이다. 노조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3500명 추가 직영 특별 고용 등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상품권 20만원’의 대가로는 너무 큰 희생을 치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기존 1차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5만8000원 임금 인상(정기호봉과 별도호봉 포함), 성과금 300%(통상임금 대비)+280만원 지금, 중소기업 제품 구매시 20만 포인트(현금 20만원 상당) 지원 등을 담고 있다.

어찌됐던 현대차 직원은 이번 임단협 타결로 1인당 평균 77만9964원의 임금이 소급 인상되며, 성과급 300%와 격려금 28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등 1000만원이 넘는 일시금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못한 1·2차 협력업체와 직원들은 적지 않은 피해에 속만 끓이고 있다. 노조는 교섭기간동안 모두 24차례의 넘는 크고 작은 파업을 벌였다. 그 결과 차량 7만69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조6200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파는 1·2차 협력업체에 고스란히 이어졌고, 무려 1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직원들의 임금 손실도 상당하다. 글로벌 기업이자 제조업체 중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의 후진적인 노사문화로 아무 죄없는 협력사와 협력사 근로자들까지 피해를 떠 안아야 하는 현실이 언제까지 되풀이 될지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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