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 규모는 330만 점. 방대한 규모에다 복잡한 건물 구조때문에 ‘사전 동선 고민’은 필수다.

프랑스 파리가 짙은 감수성과 낭만의 도시라면 미국 뉴욕은 뜨거운 열정으로 치장한 세련된 도시다.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미술관들은 현대문명의 최첨단을 달리며 화려함을 뽐내는 동시에 현대미술의 본거지답게 예술사에서 별처럼 빛나는 작품들을 상당수 소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예술과 삶이 하나가 되어 뜨겁게 돌아가는 도시, 뉴욕을 다녀왔다. 앞으로 2회에 걸쳐 그 곳의 대표적 미술관들을 소개한다.

메트로폴리탄
루브르·대영 이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혀
방대한 소장품 규모에다 복잡한 건물 구조로
모든 작품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 3일 걸려
한국관 운영…400여점의 한국미술품 선보여

구겐하임
美 광산재벌 솔로몬 구겐하임이 1937년 개관
하얀 찻잔형 외관에 계단없는 나선형 전시관
혁신적 구조로 유명…유사 디자인 많이 생겨
180여점의 칸딘스키 컬렉션 세계최고로 꼽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은 역사가 짧다고는 하나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뮤지엄으로 꼽힌다. 현지에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기 보다 애칭 ‘더 멧(The Met)’이라는 말이 더 통한다. 소장품 규모는 330만 점. 방대한 규모에다 복잡한 건물 구조때문에 그 곳을 하루에 모두 둘러본다는 건 무리다. 물론 미술품에 큰 관심이 없다면 한두시간 안에 눈도장만 찍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으면 시대별, 국가별, 테마별로 수없이 다양한 컬렉션 앞에서 넋을 잃고 시간을 잊은 채 돌아다니게 된다.

▲ 구겐하임미술관. 건물 외관은 하얀 찻잔처럼, 실내는 계단없는 나선형 전시관으로 마감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메트로폴리탄은 1866년 파리에서 먼저 설립 제안이 나왔다. 당시 파리에 머물고 있던 미국인들이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모임에서 메트의 설립을 제안한 것이다. 1870년 소규모로 개관한 뒤 1880년 지금의 자리인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로 이전했다. 1954년에는 대규모 개축으로 근대적인 스타일의 전시장을 완비했고 1970년 시작된 개조계획으로 더욱 확장됐다.

어마어마한 컬렉션은 어떻게 모아졌을까. 소장품은 1872년 철도 사업가 존 테일러가 최초로 작품을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하이라이트는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품으로, 마티스와 르느와르 등의 작품은 1910년 이전에 이미 메트로폴리탄 소장품 목록에 포함됐을 정도다.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로비와 전시장을 연결하는 주출입로.

이들 그림은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명품이지만 당시로서는 지금의 초현대미술 못지않게 혁신적이었기에 그들 그림을 공공미술관으로 끌어들인 자체가 시대를 앞선 미술관 정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메트로폴리탄은 모네의 작품 37점, 세잔 21점, 렘브란트 8점 등 천재화가들의 명작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고대에서부터 동시대의 현대미술 그리고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규모와 세계의 전 지역에 걸친 광범위한 소장품은 질적인 수준 또한 최고다.

이 모든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최소한 3일은 걸린다.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는 곳만 골라서 관람동선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도 요령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19~20세기 유럽 회화관,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는 1층 이집트관의 고대미술과 유물관람도 좋다. 미국 미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미국관 외에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그리스와 로마미술에 이르기까지 모두 19개 영역으로 나뉜다.

▲ 한 컬렉터가 소장한 유럽현대미술 기획전.

메트로폴리탄은 뉴욕에서 유일하게 한국관도 운영한다. 중국, 일본, 동남아에 이어 20년 전인 1998년 개관했고 청동기부터 현대까지 약 400점의 한국미술품이 선보였다. 아쉽게도 지난 연말에는 내부수리 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는데, 2월부터는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작품을 비롯해 금강산의 풍경을 담은 한국전통회화전을 새로 기획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아픈 다리를 두드려가며 전시장을 걷다보면 최고의 걸작 뿐 아니라 미술관을 찾아 세계에서 건너 온 관람객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단체관람에 나선 유커와 한국인이 적지않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현지인들의 미술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각상 앞에서 스케치에 열중하는 미술학도들은 연령대가 20대부터 50~60대 다양하다. 의자에서 앉아 수 십분씩 한 작품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민과 그 옆에서 졸고 있는 어린 자녀들, 두 손을 꼭 잡고 전시장을 둘러보는 노부부 등 관광객과 현지인의 구분없이 미술관 그 자체가 삶의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람을 불러모으는 미술관의 힘은 ‘콘텐츠’가 제일이라는 정답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 구겐하임미술관 소장품중 피카소의 초기 작품.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은 메트로폴리탄에서 일직선 인도를 따라 북쪽으로 6~7분(도보) 거리에 있다. 미국의 광산재벌이자 자선사업가인 솔로몬 구겐하임이 1937년 개관했다. 지금의 건축물은 프랭크 로이드라이트의 작품으로 건물 외관은 하얀 찻잔처럼, 실내는 계단없는 나선형 전시관으로 마감돼 있다.

▲ 구겐하임미술관 외부 전경.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구조였으나 이후 서울 리움, 방콕 현대미술관 등 비슷한 디자인의 전시공간이 하나둘 생기면서 희소성을 다소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소장품과 기획력에 있어서 구겐하임의 명성은 아직도 쟁쟁하다. 이렇게 미술관이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76년 탄하우저 부부가 기증한 후기 인상파 작품이 큰 역할을 했다. 피카소의 초기 작품과 샤갈, 마르크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특히 180점이나 되는 칸딘스키의 컬렉션은 세계 최고라는데 이견이 없다.

▲ 메트로폴리탄 내 유럽 조각미술 위주의 전시장.

실내 전시장이 완만한 경사도의 나선형이다보니 관람객 대부분은 6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1층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동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며 작품을 관람한다. 중앙의 높은 유리천장으로 햇살이 들어 와 실내는 편안한 자연광으로 채워진다.

▲ 글·사진=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자칫 딱딱한 인상을 주기 쉬운 미술관 이미지가 화이트 마감재와 둥근 난간 디자인으로 부드럽게 다가온다. 공간의 상하좌우가 트여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느낌도 강하다. 다만 비대칭 구조의 공간 디자인과 너무나 개방적인 관람환경 때문에 정형화 된 미술관에 익숙한 몇몇 관람객은 작품 감상에 몰입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글·사진=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참고=<언젠가 한번은 뉴욕미술관> <디스 이즈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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