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한 울산시 동구 일산새마을금고 방어지점에서 경찰관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청테이프·가방 등 미리 준비
도주땐 본인 명의 차량 이용
직원도 테이프로 대충 묶어
나가자 마자 곧바로 신고

“내가 도대체 어떻게 추적됐나?”

경남 거제의 한 모텔에서 샤워하려고 옷을 벗다가 들이닥친 경찰과 맞닥뜨린 울산 동구 은행을 턴 강도 용의자가 경찰에 물어 본 첫마디다. 검거됐다는 절망감보다는 완전범죄를 자신했던 자신의 범행이 꼬리를 잡힌 이유가 궁금하다는 투였다.

실제로 은행강도 사건의 용의자 김모(49)씨의 범행을 보면 사전에 계획한 치밀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실제 범행과 도주과정은 허술함 그 자체였다.

경찰은 “김씨가 은행 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은행 출입문과 금고 문을 열게 한 뒤 돈을 담은 후 청테이프로 직원을 묶었지만 손을 묶지 않고, 차렷 자세에서 몸만 청테이프로 대충 세바퀴 칭칭 감는 것으로 끝냈다”며 “그래서 김씨가 나가자마자 직원이 경찰에 신고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주과정에서도 김씨의 허술함은 이어졌다. 김씨는 경남 거제로 도망치면서 본인 명의로 된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했다. 오토바이에 붙였던 청테이프는 곧장 떼는 나름의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본인 명의의 오토바이와 차량의 번호판이 노출되면서 경찰은 빠른 시간 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고, 곧장 추적에 나설 수 있었다.

이날 금융기관이 보안 지침을 잘 지켰다면 강도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현금 도난사고 예방 지침’에서는 아침에 문을 열 때 항상 2명 이상이 동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안상의 허점도 드러났다. 김씨는 흉기로 직원을 위협해 금고 문을 열고 돈을 꺼내오라고 지시했고, 직원은 그 말을 따랐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금고는 1명이 열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새마을금고의 ‘안전관리 시설물 설치 및 운영 지침’에서도 반드시 2명의 입회하에 금고를 열어야 한다. 이는 한 사람이 혼자서는 돈을 빼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1명은 암호를, 다른 1명은 열쇠를 이용해 함께 금고를 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직원 혼자서도 금고를 열 수 있었다. 지침대로 직원 혼자서 금고를 열지 못했다면 이번 사건은 미수에 그쳤을 가능성도 있다. 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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