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의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23일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사에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집중 추진해 오는 2022년까지 산업안전을 포함한 3대 분야의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힌데 따른 것이다. 사망사고가 나면 사업주를 무조건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원천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현재 근로자 1만명당 0.53명인 사고사망만인율을 2022년까지 0.27명으로 절반가량 감축,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1만명당 0.3명)보다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명확한 목표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건설·조선 등 사고 다발 고위험 분야 집중 관리, 현장관리 시스템 체계화, 안전우선 문화 확산 등을 통해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일터 조성에 집중한다는 방침아래 산업현장에서 위험상황이 감지되면 하청근로자가 발주처에 직접 공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또 산업재해로 사망사고가 나면 무조건 징역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도금이나 제련, 가열, 유해 화학물질 취급과 같은 위험한 작업은 도급 자체를 금지한다. 하청 근로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원청 사업주도 하청 사업주와 동일하게 처벌한다. 보호구 착용과 같은 안전수칙을 두 차례 이상 위반한 근로자는 곧바로 현장에서 퇴출토록 하고, 안전관리가 부실한 건설사업주에겐 신규 자금 대출이나 선분양 제한과 같은 제재가 가해진다. 발주자의 안전 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원청의 하청 노동자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대책의 상당수가 헌법이나 파견법과 같은 다른 법과 충돌이 생겨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과잉 대응·처벌 논란과 전문 산업 위축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관련 법령개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어떤 경우에도 후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 발생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이 밀집한 울산의 경우 사고사망만인율이 2010년 1.46에서 2012년 1.59로 치솟았다가 2014년 1.22, 2015년 0.96, 2016년 0.83으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국내 평균보다 높다. 하도급이라는 이유로 산업재해의 위험성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 때문이다. ‘산업재해 1등 국가’라는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정부와 관련 당국이 산재사고에 대한 기술적 원인을 밝히고, 관련 법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지속적인 처벌을 해왔음에도 후진적 재해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통해 산업재해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었으면 한다. 한 사람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 노동자가 현장에서 안전을 피부로 느낄 때까지 쉼없는 노력을 경주할 수 있도록 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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