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와 구·군 등에서 근래 들어 부쩍 용역보고회가 잦다. 새로운 사업 추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긍정적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용역 남발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부 전문기관에 맡길 것도 없이 공무원들이 직접 자료조사만 해도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까지 용역을 의뢰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든다. 때론 단체장이나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해서 수년전에 했던 비슷한 용역을 두세번씩 반복하기도 한다. 몇천만원씩 들여 용역을 해놓고도 실제 사업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용역의뢰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용역대로 했다는 핑계를 대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것과 애써 고민하지 말고 우선 ‘맡기고 보자’는 식의 행정 관행 등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30일 울산시에서 영상산업발전 방안연구 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영상산업과 관련된 인프라가 거의 없는 울산에서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용역의뢰를 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가 밝힌대로 드라마 촬영지원, 영상교육 등을 하려는 것이라면 굳이 용역까지 필요한 일인가 싶다.

중복되는 용역의 대표적 사례로는 간절곶개발사업을 들 수 있다. 해맞이공원조성, 간절곶정비사업, 간절곶 명소화 사업, 해맞이광장 정비, 산책로 및 포토존 조성 사업, 간절곶 시설도입 타당성, 간절곶 공원 확장 타당성 조사, 간절곶 야영장부지 활용 방안, 드라마세트장 활용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만큼 많은 용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간절곶은 여전히 관광명소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용역 남발’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울산시 뿐 아니라 전국자치단체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대안이 나오기도 했다. 울산시는 지난 2003년 ‘용역사업 억제를 위한 개선대책’을 수립, 용역사업사전심의규정을 강화하기도 했다. 또 2010년에도 ‘용역수행방식 쇄신책’을 내놓으며 공무원들이 직접 수행하는 비중을 높이고 용역을 최소화한 적도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16년부터 정책과제 자체 수행을 실시한 결과 연간 학술용역 예산 26억원이 절감됐고 연구기간도 용역에 비해 평균 20일 단축됐다고 한다.

공무원들이 자체 용역을 수행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예산 낭비 줄이기에 그치지 않는다. 조직 역량 강화와 지식기반 사회의 전문 행정인 육성이라는 부가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무원들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용역부터 의뢰하고 보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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