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물 사정이 참으로 딱하다. 먹는 물 부족에 이어 농업·공업용수까지 말라버릴 지경에 이르고 있다. 자체 식수원이 부족한데다 그마저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 식수원인 사연댐은 취수 불가 상태에 놓인지 오래다. 궁여지책으로 낙동강물을 구입, 생활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물이용부담금’이 문제다. 막대한 공업용수를 사용하는 기업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 원가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까지 이어진 가뭄도 모자라 극심한 봄가뭄까지 예고되고 있다. 신규 수원을 확보할 수도 없는 현재로서는 기존 수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범시민적인 물절약운동이라도 펼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한해 울산에 내린 비는 예년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보니 지역 내 주요 저수지 87곳의 저수율도 날마다 떨어지고 있다. 울산의 주 식수원인 회야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위조절을 해온 사연댐은 식수원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가뭄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울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의 가뭄이 ‘심함 단계’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예·경보다. 정부는 이미 관계부처 합동 가뭄대책 전담팀을 중심으로 급수체계 구축 등 선제적 가뭄대응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한해도 낙동강물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울산의 험난한 현실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울산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돗물 생산을 위해 사용한 총 원수는 1억3000만t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49.2%)인 6400여만t이 낙동강물이다. 전년도 총 원수대비 낙동강물 유입 비율 8.4%와 비교하면 6배나 많다. 덩달아 올해 3월부터 1년간 수자원공사에 지불해야 할 물이용부담금의 단가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t당 14.3원에서 올해는 t당 83.5원으로 올랐다. 공업용수도 지난해 t당 129.5원에서 올해는 160.3원으로 23.7% 올랐다. 물부족 도시 울산이 치러야 할 대가지만 별다른 대책없이 오롯이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도시화와 온난화로 인한 물 부족현상 심화 속에서 우리 나라 또한 물 부족국가 군으로 분류된지 오래됐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울산은 물기근 도시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렇지만 시민들은 별 심각성을 못 느낀다. 여전히 ‘물 쓰듯’하고 있다. 물절약을 위한 공감대 형성부터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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