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화재로 시민들 사이에 ‘화재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제천·밀양화재에 놀란 시민들이 작은 연기에도 화들짝 놀라고, ‘혹시 우리 집에도 불이 나는 것 아닐까’ 수시로 마음을 졸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 예전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소방용품과 화재보험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등 급기야 시민 각자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셀프케어(Self­Care)’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숱한 대형참사 때마다 되풀이 되는 정부 기관의 ‘늑장대응’ ‘뒷북행정’이 피해를 키운 현실이 한몫했다. 안전의 모범답안이 ‘스스로 지키는 작은 실천’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부분이 없진 않지만 지나친 과민반응으로 사회적 공포분위기를 조성, 시민 생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울산의 경우 최근 남구 한 아파트에서 화재대피용 방연마스크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화재사고 사망자 대부분이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나타나면서 최소한의 대비라도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주민 요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가정용 소화기 판매와 안전교육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중부소방서 119안전체험장에는 지난 1월에만 1000명이 넘는 교육생이 찾았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어난 것이다. 동구 생활안전체험센터에도 교육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

화재는 한번 나면 크나큰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무서운 재난이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화재발생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그에 못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제도적 개선은 물론이고, 시민 스스로의 안전의식도 매우 중요하다. 작은 관심만으로도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활과정에서 미리 화기 취급시설을 점검·정비하고 소방시설을 사전에 점검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 실화를 방지하고, 화재가 났을 경우 신속한 출동을 위해 소방통로를 확보해 주는 등의 노력만으로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은 누군가 해주겠지 하고 내버려둬야 할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 주도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소방관계자의 말처럼 ‘셀프케어’ 바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의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화재에 대한 막연한 ‘집단공포증’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전문화 정착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행정 규정에 명문화되지는 않았지만 화재예방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체 기준까지 강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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