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만 못해도 명절은 명절이네요”라는 시장 상인의 말이 몹시 반갑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의 침체에다 대기업의 노사 문제까지 겹쳐 오랫동안 속앓이를 해왔던 지역 소상공인들이 현대중공업의 협상타결 소식에 모처럼 기운이 솟는 모양이다. ‘설날 민심’은 선거를 앞둔 정치인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협상을 마무리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명절을 맞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사도 설날 민심을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가 기업의 미래는 물론 국가경제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도시인 울산은 대기업 노사문제가 정치 못지않게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새롭게 자리매김한 노사관계는 또한번의 큰 변화가 절실하다. 노사 모두 자사나 조합원의 이익만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인 4차산업혁명 대비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협력업체와 사회적 책임까지 공유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그의 책 <가 보지 않은 길>에서 “가 보지 않을 길을 개척하려면 노사합심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는 모든 산업과 대기업에게 요구되는 숙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지방선거 출마를 예정하고 있는 정치인에게 이번 설은 민심을 읽는 좋은 기회다. 가족과 친지, 친구 등 삼삼오오 한자리에 모여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 또는 정치인이라면 넌더리를 내면서도 정치이야기를 최고의 술안주로 삼는다. 선거는 4개월 남았지만 이미 후보자들의 면면이 거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설에는 개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여론의 물결을 타고 흘러다니게 될 것이다. ‘설날 민심’이 선거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유추는 어렵지 않다.

120일 전인 13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울산에서도 시장, 교육감, 북구 국회의원 등의 출마예정자 12명이 발빠르게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번 설 연휴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건 안하건 출마예정자들은 더없이 바쁠 것이다. 민심이 요구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어떤 정치인이 될 것인지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하지만 꽃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건강하게 뿌리를 내려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대처해야 할 4차산업혁명이라는 쓰나미가 몰려 오고 있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경제인과 노조간부들까지 고향에서 만난 ‘민심’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설을 앞두고 유난히 간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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